위기는 누군가에게 기회이기도 하다. 아일랜드도 마찬가지였다. 팬데믹 쇼크로 전 세계 경제가 뒷걸음질 치던 2020년, 아일랜드는 6.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배경은 아일랜드의 탄탄한 바이오 산업에 있다. 전 세계 7위 제약 및 의약품 수출국으로 팬데믹 와중에도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을 생산하며 수혜를 톡톡히 봤다. 아일랜드는 2022년 의약품을 755억 달러(100조 원)어치 수출했는데 이는 총수출액의 34% 규모다.
신규 투자 유치도 활발하다. 한국바이오협회의 ‘아일랜드에 투자 확대하는 다국적 제약사’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의약품 매출 상위 20개 기업 중 19개 기업이 아일랜드에 제조 시설 구축 및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현재 매출 기준 세계 10대 제약사는 전부 아일랜드에 본사 또는 생산 공장을 두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SK바이오텍이 2022년 아일랜드 공장에 3500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밝힌 바 있다.
아일랜드에서 제약 바이오 산업 육성 역사는 길다. 1960년대부터 해외 직접투자 유치를 위해 미국 대형 제약사에 공을 들였다. 공장 건립 부지를 제공하는 등의 파격적 조건을 걸어 브리스톨마이어스스큅(BMS)을 시작으로 화이자·일라이릴리·머크(MSD)·얀센 등 글로벌 제약사를 유치했다.
여기에 지식재산권 조세특례 제도인 지식개발박스(KDB) 제도를 통해 특정 지식재산권 자산에서 파생된 이익에 대해서는 50%의 세금을 추가 감면, 법인세 실효세율을 6.25%로 낮출 수 있다. 아울러 자격을 갖춘 연구 및 개발에 대해 25%의 세금공제를 추가로 제공한다.
산업을 뒷받침할 인재 개발에도 힘을 쏟았다. ‘국립 바이오공정 교육·연구소(NIBRT)’가 대표적이다. 이곳은 아일랜드 정부의 주도로 2011년 현지 종합대학 7곳과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협력해 만든 교육기관으로 구직자 과정, 기업 맞춤형 과정, 전문 인력 양성 위한 학위 과정 등으로 나눠 바이오의약품 생산, 품질 관리, 연구개발(R&D) 등을 교육한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아일랜드는 미국과 유럽 사이라는 지리적 이점에 더해 기업 친화적 세율에 적극적인 투자 유치로 고부가가치 산업인 제약바이오 산업 육성에 성공했다”며 “우리나라도 이를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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