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의 기반인 그래픽처리장치(GPU) 양대산맥 엔비디아와 AMD가 CES 2024에서 나란히 신형 GPU를 공개했다. 일반 소비자용 고급 그래픽카드로, 전 세대 대비 AI 성능이 대폭 강화돼 AI PC 시대의 개막을 가속화할 전망이다.
8일(현지 시간) 엔비디아와 AMD는 CES 2024 미디어 브리핑을 통해 신형 GPU RTX 4080, 4070 슈퍼 시리즈와 라데온 7600XT를 각각 공개했다. 엔비디아가 이날 공개한 GPU는 2022년 10월 출시한 RTX 40 시리즈의 최상위 칩셋 4090의 하위 제품이자, 기존에 선보였던 4080과 4070 시리즈의 성능 개선판이다.
RTX 4080 슈퍼는 836 AI 초당테라연산(TOPS)이 가능하다. 전 세대인 3080Ti보다 게이밍에서 2배, 이미지 생성에서 1.7배 빠르다. 4070 Ti 슈퍼는 3070 Ti보다 2.5배, 4070 슈퍼는 3090보다 성능이 좋다는 설명이다. 가격은 각각 999달러, 799달러, 599달러로 오는 17~31일 중 순차 출시한다.
엔비디아는 이와 함께 AI를 활용한 신기술도 공개했다. 기존 로보틱스 플랫폼 ‘아이작’에는 생성형 AI가 적용된다. 로봇의 디자인과 작동 명령 등을 복잡한 코드가 아닌 일반적인 언어로 처리할 수 있다. 또 ‘챗 위드 RTX’를 통한 기기 내 검색증강생성(RAG)을 지원한다. PC에 내장된 생성형 AI가 검색을 돕는 기술이다.
AMD가 발표한 RX 7600XT는 기존 7600의 상위 버전이다. AMD는 경쟁사인 엔비디아의 RTX 4060보다 성능이 좋다는 점을 강조했다. 329달러의 중저가 GPU로 24일 출시한다. AMD는 이와 함께 내장그래픽을 강화한 데스크톱 PC용 중앙처리장치(CPU) 라이젠 8000G 시리즈를 공개했다. 상위 제품인 라이젠 8700G와 8600G에는 AI 연산을 전담하는 신경망처리장치(NPU) ‘라이젠 AI’가 탑재된다. 인텔이 모바일용 CPU 인텔 코어 울트라에 NPU를 탑재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엔비디아와 AMD의 신형 칩셋은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AI 연구, 가동에 주로 쓰이는 제품군은 아니다. 그러나 각 사용자가 AI를 구동하는 PC 단에서의 AI 처리능력을 대폭 개선할 수 있다.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에 의존하는 초거대 AI가 아닌, 각 기기가 AI를 처리하는 엣지(온디바이스) AI 구동을 가속화할 수 있는 셈이다.
엔비디아의 신형 RTX 4080 슈퍼 칩셋은 미국의 대 중국 제재를 빗겨나가는 제품이기도 하다. 앞서 미국은 엔비디아 소비자향 GPU 중 최상위 칩셋인 4090의 중국 수출을 막아선 바 있다. 게이밍 GPU는 게임에 특화됐다는 점을 제외하면 근본적으로 A100, H100 등 AI 가속기와 같아 언제든 AI 데이터센터에 적용될 수 있다. 이에 엔비디아가 중국 수출 제재 우회를 위해 신제품을 낸 게 아니냐는 분석도 이어진다. 실제 엔비디아는 이날 “신제품이 미국 정부의 중국 수출 제한 규정에 걸리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 주가는 장중 5%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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