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지난해 6조 54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1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4분기에 핵심 주력사업인 반도체 사업의 완연한 회복을 확인했지만 누적된 적자폭이 커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지 못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 258조 1600억 원, 영업이익 6조 5400억 원을 각각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9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대비 14.58%, 영업이익은 84.92% 각각 감소했다.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10조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은 2008년의 6조 319억 원 이후 15년 만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는 2조 8000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면서 3분기 2조 4400억 원보다 3600억 원 가량 늘었다. 4분기 매출은 67조 원이었다. 하지만 영업이익 3조 원대 후반을 예상한 증권가 전망치보다는 1조 원 가량 낮아 기대치에는 미치지 못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의 증권사 전망치 평균(컨센서스) 영업이익은 3조 7441억 원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사업부별 실적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지난해 실적 부진은 누적된 반도체(DS) 부문의 적자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한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DS부문은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12조 원대 적자를 기록했다. 다만 반도체 시장 반등 분위기가 점쳐지고 있는 상황에서 4분기에는 적자 폭이 1~2조 원대로 줄어들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인 것은 고무적이라는 반응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분기(6400억 원)·2분기(6700억 원)에 1조 원 아래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3분기에 2조 4300억 원으로 회복했고 4분기에 2조 8000억 원으로 또 한 번 개선을 이뤘다. 4분기 실적은 적자 폭을 대폭 줄인 반도체 부문의 실적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자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SDC)도 스마트폰 수요 강세와 2024년 신제품 수요 대응으로 견조한 실적을 거둬 뒷받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플래그십 스마트폰 출시 효과 감소와 TV·가전 등 수요 부진을 겪은 디바이스경험(DX) 부문은 흑자 폭이 줄었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올해 본격적인 실적 개선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중심으로 고부가 메모리 제품의 수요가 늘고 있고 제품 가격도 상승 흐름에 있다. 비교적 부진한 낸드 또한 올해 흑자로 전환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증권가는 올해 삼성전자가 약 35조 원의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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