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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에 1兆 쓴 금융지주 '실적 경고등'

지난해 4분기 순이익 1.8조 그쳐

기존 전망치 2.5조서 26% '급감'

금리 상승 끝나 순이자 마진 악화

ELS 손실에 올해 이익도 더 줄듯


국내 4대 금융지주가 상생 금융 압박에 지난해 4분기 이익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민생 금융 지원을 목적으로 1조 원 가까이 내놓게 되면서 수익성 둔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에 더해 순이자마진(NIM) 하락 우려가 짙어지면서 오히려 실적 악화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였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 등 4대 금융지주의 지난해 4분기 지배주주 순이익은 1조 8300억 원대로 추산됐다. 기존 전망치인 2조 4798억 원보다 26%나 줄어든 수준이다. 지주별로는 KB금융의 예상 순이익이 3917억 원으로 예상 대비 감소 폭(42%)이 가장 컸다. 신한지주는 이 기간 순이익이 5672억 원으로 전망치 대비 27.1%, 하나금융은 5986억 원으로 10.4% 줄어들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금융 예상 순이익 역시 2739억 원으로 전망치보다 40.8% 급감할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지주들의 실적에 빨간불이 켜진 것은 상생 금융 지원에 따른 비용이 4분기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금융지주에서 상생 금융 비용이 4분기 실적에 60~80%가량 반영될 예정이다. KB금융은 상생 금융으로 2740억 원의 기타영업비용이 예상되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전체 순이익도 4조 7621억 원으로 금융지주 사상 첫 순이익 ‘5조 클럽’ 입성은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은 2500억 원의 기타영업비용이 추산돼 영업이익이 전 분기보다 11%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하나금융도 2000억 원의 기타영업비용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5%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금융은 1650억 원의 기타영업비용이 추가되고 영업이익은 전 분기 대비 9%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김도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현 상황은 실적과 주주 환원에 대한 불확실성을 재차 확대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은행 이익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NIM도 악화 일로다. 조달금리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주택담보대출·대기업대출 등의 대출 상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수익성이 나빠진 것이다. 우리금융과 하나금융의 4분기 NIM이 전 분기 대비 각각 0.08%포인트와 0.07%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은 각각 0.02%포인트, 0.03%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올해부터 상황이 더 악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고금리 기조가 끝나며 은행권의 NIM 하락세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또 ‘2조 원+알파(α)’ 규모의 상생 금융 지원액 중 절반을 올 1분기에 집행하기로 한 만큼 이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은행권의 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에 제동이 걸린 점도 우려를 더한다. 홍콩H지수 ELS 상품이 대규모 손실 우려로 판매가 중단되면서 투자 상품 판매가 위축되는 모양새다.

‘이자 놀이’로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는 비판에 은행들은 ‘조 단위’의 상생 금융 비용을 지출했지만 1년 만에 실적 악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ELS 관련 불완전판매 등 위법 사항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안팎으로 비판이 거센 만큼 재판매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비이자이익 부문 실적이 지난해에 비해 뒷걸음질을 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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