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9일 국민의힘의 불참 속에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쌍특검법(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및 김건희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특검)에 대한 재표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우주항공청 신설 특별법 등 100개의 민생 법안은 뒤늦게 국회 문턱을 넘었다.
야당은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강행 처리했다. 국민의힘이 반발해 표결에 불참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만 남아 재석 의원 177명 중 177명이 찬성했다. 여야는 김진표 국회의장이 제시한 중재안을 토대로 협상을 벌였지만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다. 해당 법은 이태원 참사 관련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총 11명으로 구성되는 특조위는 국회의장이 3명, 교섭단체가 각각 4명씩 추천하도록 했고 최대 1년 6개월 동안 활동할 수 있다. 해당 특별법은 총선 이후에 시행된다.
여당은 본회의에서 쌍특검법의 재표결을 요구하는 ‘의사 일정 변경 안건’을 제출했지만 야당의 반대로 재표결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야당 규탄 대회를 열고 여론전에 집중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야당을 향해 “재난을 정쟁화하고 사회 갈등 증폭을 위한 이태원 특별법을 단독 통과시킨 것은 안전이 아니라 정쟁·갈등을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대통령실은 이태원 참사 특별법 처리에 대해 “여야 합의 없이 또다시 일방적으로 강행 처리된 것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법안이 정부로 이송되면 당과 관련 부처의 의견을 종합해 입장을 밝히겠다”고 밝혔다. 이는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 행사 여부에 대해 대통령실이 입장 표명을 유보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윤석열 정부의 숙원 입법인 ‘우주항공청 설치·운영 특별법’이 통과했다. 한국판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인 우주항공청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소속 기관으로 설치된다. 이르면 5월 개청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해당 법안 통과에 대해 “대한민국이 우주 강국 도약을 향한 위대한 발걸음을 내딛게 됐다”고 평가했다.
여야는 산업계가 조속한 개정을 촉구해온 화학물질등록평가법과 화학물질관리법 개정안도 처리했다. 국가자원안보법 역시 이날 통과됐다. 철도 지하화 및 철도 부지 통합 개발 특별법, 개 식용 금지법 등도 본회에서 가결됐다. 다만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2년 더 유예하는 법안,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등은 이날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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