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훈 감독이 만든 기상천외한 SF와 도술의 향연, ‘외계+인’이 돌아왔다. 10일 개봉하는 ‘외계+인’ 2부는 전편의 아쉬움을 딛고 한 층 더 입체적인 감정선으로 관객들에게 메시지를 전한다.
등장인물의 입을 통해 여러 차례 강조되는 어절이 있다. “회자정리 거자필반(會者定離 去者必返)”이라는 불교 경전 법화경의 말이다. ‘무릇 만남에는 헤어짐이 있고, 떠난 자는 바로 돌아온다.’ 고려와 현대 한국이라는 수백 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맞닿은 인연이 마침내 2부에서 꽃을 피운다.
이야기는 ‘이안(김태리 분)’의 4분 가량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이안의 내레이션은 전편을 잊고 있던 관객들의 기억을 상기한다. 앞서 인간의 몸속에 외계 죄수를 가두던 로봇 ‘가드(김우빈 분)’와 ‘썬더’는 죄수 호송을 위해 넘어간 고려 시대에서 이안을 주워 자신의 딸로 삼는다. 그 뒤 현재 시간대에서 이안을 키우지만, 인간 몸 속에 가둬진 죄수들의 리더 ‘설계자’는 반란을 모색하고, 이들이 살던 별의 대기 ‘하바’를 지구에 퍼뜨리려 한다. 대기 오염을 앞둔 절체절명의 위기 속에서 이안은 설계자를 과거에 가두는 묘수를 떠올리고, 함께 과거에 갇힌다. 1부는 이와 함께 과거 시점의 얼치기 도사 ‘무륵(류준열 분)’의 이야기가 전개되며 다소 산만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2부는 1부에서 뿌려 놓은 여러 장치를 차근차근 수거해나간다. 여전히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연출이지만, 전편을 통해 익숙해진 각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영화의 이해가 크게 어렵지 않다. 가족을 되찾아 현재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이안의 목표는 자신의 정체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무륵과 맞물리면서 하나의 서사를 완성한다. 비중이 커진 신선 ‘흑설(염정아 분)’과 ‘청운(조우진 분)’의 감초 같은 연기와 대사는 최동훈식 유머의 즐거움을 되새긴다.
‘외계+인’ 프로젝트는 한국 역사상 최장 기간인 387일 간의 프로덕션 기간을 거쳤다. 그러나 2022년 개봉한 ‘외계+인’ 1부는 여름 성수기에도 누적 관객수 154만 명이라는 흥행 실패를 겪었다. ‘타짜(2006)’ ‘도둑들(2012)’ ‘암살(2013)’ 등의 성공으로 흥행의 보증수표로 불렸던 최동훈 감독. 8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1부의 흥행 실패 후 “후회하지 않는 영화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강했다”면서 “2부 제작에 150번의 편집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외계+인’을 찍고 난 후 “신인 감독이 된 것 같았다”고 소감을 전한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을 그의 작품 중 “가장 사랑하는 아이”라고 비유했다. 후반부 삽입된 로이 오빈슨의 노래 ‘인 드림스(In Dreams)’는 젊은 시절의 그가 언젠가 영화에 넣으려 다짐했던 청춘의 증표이자, ‘외계+인’의 메시지를 함축하는("항상 우린 같이 있어요, 꿈 속에서는") 곡이다.
영화는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아쉬움도 있다. 필요 이상으로 남용되는 우연이나 설명에 치중한 인물들의 대사, 주인공 ‘이안’과 ‘무륵’에게는 없는 ‘최동훈표’ 말맛이 그것이다. 1부의 기반이 잘 쌓였다면 2부가 가진 힘이 더 커졌으리란 생각이 든다. 그러나 “청춘을 이 영화에 바쳤다”고 말하는 최동훈의 마무리는 기대보다 재미있다. 1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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