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공인중개업자 김 모(67) 씨에게 흉기로 피습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사설 경호’ 업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사설 경호 업체는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전문인력이 부족하고 고용 비용도 만만치 않아 늘어나는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9일 한국경호경비협회에 따르면 이 대표가 피습 당한 이후로 사설 경호 관련 문의가 늘고 있다. 경호경비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7~8월 서울 신림역과 분당 서현동에서 잇따라 발생한 무차별 칼부림 등 사회적 불안감을 조성하는 각종 사건 사고가 발생했을 때도 문의가 잇따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사설 경호 업체는 늘어난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호 업종은 직업 안정성이 떨어져 정규직 차원으로 근무하는 전문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찰청의 ‘경비원 배치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정식 신고된 국내 신변 보호 업체는 2020년 603곳에서 2022년 579곳으로 감소했다. 2023년 12월 기준 국내 경비원 인력 18만 9142명 중 신변 보호 전문인력으로 신고된 인원은 82명으로 전체의 0.04%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사설 경호 업체가 전문인력이 아닌 프리랜서나 단기 아르바이트를 고용한다는 것이다.
한국경호경비협회 관계자는 “유명인이 피습 당하는 등 특별한 상황에 수요가 반짝 증가할 뿐, 평상시에는 사설 경호에 대한 수요가 현저히 적기 때문에 업체가 전문인력을 정식으로 고용하기는 어렵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로 외부 행사가 줄어들어 신변 보호업으로만으로 수익 창출이 불가해진 대부분의 업체가 시설 경비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사설 경호 고용 비용도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경력이 있는 경호 전문인력 1명을 고용할 경우 일평균 적게는 20만 원, 많게는 30만 원이 투입된다. 비전문 인력 또한 하루 최소 10만 원 이상이 들어간다.
칼부림 사건 당시 학생 보호 차원에서 전국 학원들을 대표해 사설 경호 업체를 물색했던 이유원 한국학원총연합회 회장은 “사설 경호 수요는 많았지만 실제 고용까지 이어진 곳은 대형 학원 10여 곳에 불과하다”며 “이마저도 비용 부담 문제로 오래 계약을 유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민간의 사설 경호 이용이 여의치 않자 경찰 등 공권력도 나섰다. 경찰은 사설 경호 업체와 계약해 스토킹·가정폭력 등 고위험 범죄 피해자를 대상으로 민간 경호 시범사업을 진행했다. 9일 기준 경찰은 총 98명을 지원했으며 피해자에게 접근한 가해자를 경호원이 즉시 제지하고 경찰에 신고해 검거한 5건의 사례 중 4건에 대해 피의자를 구속·유치했다.
전문가들은 사설 경호 분야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형석 경기대 시큐리티매니지먼트학과 교수는 “공권력도 인력 문제 등으로 민간의 모든 부분에 대해 개입할 수 없기 때문에 공권력이 닿지 않는 수요는 사설 경호로 충족시킬 수밖에 없다”며 “사설 경호 활성화를 위해 체계적인 교육을 통해 전문 경호 인력을 확충하고 직업 안정성을 제고해야 한다. 또한 경찰과 현장 정보 공유 등을 통해 안정적인 경호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고 조언했다.
한편 경찰은 이날 이 대표를 살해할 목적으로 흉기를 휘두른 혐의로 구속된 피의자 김 모 씨의 신상 정보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부산경찰청 신상정보공개위원회는 김 씨의 얼굴과 이름·나이 등을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법이 정한 신상 정보 공개 요건에 맞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7명으로 구성된 회의 참석 위원들은 이번 사안을 논의해 무기명으로 투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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