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9일 지난해 4분기 잠정실적 발표에서 사업부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사업부는 2조 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두며 비교적 선방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실적 하방을 지지하는 역할을 톡톡히 한 MX사업부는 올해 효자 품목인 폴더블폰의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차세대 스마트폰인 ‘인공지능(AI)폰’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특히 폴더블폰 시장에서 중국 화웨이의 공세가 매섭다. AI폰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과 치열한 경쟁 구도가 예상된다.
이날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중국 현지 매체를 인용해 화웨이가 올해 폴더블폰의 출하량 목표를 최다 1000만 대로 잡았다고 전했다. 화웨이는 최근 부품 업체들에 올해 폴더블폰에 들어갈 이미지센서(CIS) 주문을 크게 늘렸는데 해당 물량이 폴더블폰 700만~1000만대 분량에 달한다는 게 외신의 설명이다. 이는 지난해 출하량인 260만 대의 3~4배 수준이며 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전자의 연간 폴더블폰 판매량과 맞먹는다.
화웨이가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제재를 뚫고 지난해 내놓은 ‘메이트60’ 시리즈로 자국 내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을 회복한 데 이어 삼성전자의 폴더블폰 주도권도 가져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미 메이트60 출시 효과로 새해 첫 주 중국 내 애플 아이폰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30% 감소했다고 로이터가 보도했다. 화웨이의 이 같은 약진은 그나마 중국 폴더블폰 시장에서 선방 중인 삼성전자 입장에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중국 제조사들이 자국 내 탄탄한 판매 실적을 바탕으로 인도·유럽 등 해외에 진출해온 것을 감안하면 중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까지 연쇄적으로 삼성전자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조사 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폴더블폰 시장은 전체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되는 가운데서도 지난해 3분기 출하량이 1년 만에 106% 성장한 ‘블루오션’이자 전 세계 폴더블폰의 58.6%를 차지하는 최대 시장이다. 지난해 판매 비중이 24%로 커진 고가폰 선호 현상과도 맞물려 소비자들의 폴더블폰 수요가 느는 추세다. 화웨이를 비롯한 현지 제조사들의 공세가 거센 이유다. 삼성전자는 중국 폴더블폰 시장에서 화웨이(34%)에 이어 21%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화웨이에서 분사한 아너(16%)도 전년 대비 10%포인트 이상 점유율을 늘린 것은 물론 기업공개(IPO)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폴더블폰 판매 비중을 꾸준히 늘리는 ‘대세화’ 전략과 함께 다음 주 첫 AI폰을 선보이며 스마트폰 점유율 1위를 지킨다는 전략이다. 17일(현지 시간) 언팩 행사를 통해 공개되는 ‘갤럭시 S24’는 온디바이스 AI 스마트폰이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가우스’를 포함해 여러 생성형 AI 모델을 합친 ‘갤럭시AI’가 내장됐다. 외부 연결 없이도 실시간 전화 통역 같은 다양한 기능을 빠르고 안전하게 지원한다. 전체 스마트폰 중 AI폰 비중은 2027년 40%까지 커지고 시장 초기인 향후 2년간은 삼성전자가 점유율 과반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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