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은 자유가 보장되는 국가입니다. 중국과는 달라요.”
대만 총통 선거를 이틀 앞둔 10일 타이베이 시내에서 만난 장홍위안(44) 씨는 과거 중국 본토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며 이같이 말했다. 중국으로 건너가 10년 넘게 정보기술(IT) 업계에 종사했던 그는 당국의 각종 규제와 불확실한 환경에 결국 사업을 접고 고국으로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는 “중국이 대만을 장악할 경우 일상생활에서부터 기업 환경까지 많은 것들이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거리에서 만난 한 20대 여성은 “야당이 집권하고 중국의 입김이 거세지면 대만은 제2의 홍콩으로 전락할 수 있다”며 “중국은 대만 유권자를 조종하려는 책동을 중단해야 한다”고 목청을 높였다.
친미·독립 성향의 집권 민주진보당과 친중 국민당의 총통 후보가 양강 구도를 형성하며 ‘대만 정체성’이 이번 선거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민진당 지지세는 2019년 홍콩 민주화 시위 이후 강화된 중국 권위주의에 대한 위기의식에 기반한다.
연일 이어지는 중국의 군사 압박에 대만 내 반중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전날 중국의 위성이 대만 상공을 통과했다는 경보를 받은 직후 한 여성 유권자는 “대만 인근에서 (중국군의) 활동이 늘어나 무섭다”며 “선거를 앞두고 압박하는 것 같아 화가 난다”고 말했다.
친중 성향의 국민당 지지자들은 ‘민생 실정’을 심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16년부터 집권한 현 차이잉원 정부 아래 임대료를 비롯한 생계비가 임금 대비 크게 상승하며 생활 여건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만의 임금 수준은 2022년 10년 만에 가장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했다. 연임 당시 약속했던 청년·노동자·농어민 등 관련 지원 정책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점도 집권당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장야쉬안(56) 씨는 “지난 8년간 생계가 나아지지 않았다”며 “새로운 정부에 기회를 줄 것”이라고 밝혔다. 타이베이=정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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