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도쿄 증시가 ‘거품 경기’ 붕괴 이후 약 33년 11개월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오르며 연일 기록을 세우고 있다. 반도체 관련주에 집중됐던 매수세가 다양한 종목으로 확산된 영향이다. 특히 게임업체 닌텐도의 주가가 장중 5% 가량 오르며 시가총액이 16년 만에 10조 엔을 돌파했다.
일본 증시의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이하 닛케이지수)는 10일 3만 4441.72에 장을 마감해 전 거래일 대비 2.01%의 상승률을 보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수치가 종가 기준으로 1990년 2월 28일 이후 최고치라고 전했다. 닛케이지수는 전날에도 1.2% 올라 33년 10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게임주 강세가 단연 두드러졌다. 일본의 대표 게임주인 닌텐도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3.78% 상승한 7823엔에 장을 마쳤다. 장중 한때 전날 대비 5% 오른 7902엔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가가 폭등하며 시가총액은 2007년 11월 이후 16년 2개월 만에 10조 엔을 넘어섰다. 닛케이는 “지난해 11월 인기 게임 시리즈 ‘젤다의 전설’의 영화화를 발표하는 등 지적재산(IP) 관련 사업에 대한 기대가 높다”며 “닌텐도 스위치를 잇는 새 게임기 출시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매수를 유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게임개발회사 코에이테크모홀딩스에 대한 중동 투자도 게임주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가 전날 일본 당국에 보고한 바에 따르면 PIF는 코에이테크모홀딩스 지분을 종전 5.56%에서 6.6%으로 늘렸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코에이테크모홀딩스 주가는 전장보다 4.87% 급등한 1767.5엔에 마감했다.
사우디는 석유에 집중된 경제 구조를 다각화하는 ‘비전 2030’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게임 산업 투자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일본 미디어 기업들이 수혜를 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PIF는 코에이테크모홀딩스 외에도 닌텐도 지분을 8.58% 보유하고 있고, 애니메이션 제작사 토에이, 게임 개발사 캡콤에도 투자했다.
게임주 외에도 철도기업 게이세이전철, ‘디즈니랜드’ 운영사 오리엔탈랜드 등 여가·외식 관련 종목, 다케다약품공업·일본담배산업 같은 고배당주도 상승세를 보였다. 다카하시 타쿠야 다이와자산운용 수석전략가는 닛케이에 “올해 새로 시작된 소액투자 비과세제도(NISA)뿐 아니라 춘계 임금인상 관측, 주가순자산비율(PBR) 개선 방안을 공시한 기업 목록 발표 등 일본 증시에는 매수로 이어질 만한 여러 이벤트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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