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태영건설 사태가 부동산이나 건설업 위기로 번져서 시스템 리스크가 될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시장 전반에 영향을 줄 경우 한국은행이 가진 정책 수단이 많다면서도 “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따라 대포를 쏠 수 있고 소총으로 막을 수도 있는데 지금은 소총 쓸 정도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한 이후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나 건설업 부실의 시발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태영건설은 다른 건설사와 차별화될 정도로 부채비율 등이 높아 위험 관리가 잘못된 대표적인 케이스이고 규모가 큰 중견 건설사라 주목을 받은 것”이라고 밝혔다. 태영건설 사태가 시장에 영향을 준다면 한은이 역할을 하겠으나 그럴 정도도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이날 금통위가 시행하기로 한 9조 원 규모의 금융중개지원대출도 부동산 PF와 관련 없다는 입장이다. 금통위는 한도 유보분 9조 원을 활용해 중소기업에 대한 한시 특별지원을 실시하기로 했다. 통화 긴축 기조가 장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비용 부담 증대 등으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업종과 지방 소재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연 2.0%로 대출하기로 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총재는 “확실하게 말하자면 금중대 지원을 결정한 것과 태영건설 PF는 무관하다”라며 “이번 금중대 지원 목적은 금리 인하를 논의하기 시기상조일 뿐만 아니라 상당 기간 고금리가 유지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영향을 받는 취약 업종이나 지방 중소기업을 선별적이고 한시적으로 지원하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이에 대해 조윤제 금통위원은 물가 안정을 위해 통화 긴축을 유지하겠다는 정책 방향과 다른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반대 소수의견을 냈다.
이날 금통위는 지난해 2월 금리 동결을 시작한 이후 약 1년 만에 추가 인상 가능성을 접었다. 지난해 11월까지만 해도 기준금리를 연 3.75%로 한 차례 더 올릴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금통위원이 4명이었다. 이번에는 이 총재를 제외한 금통위원 5명 전원이 향후 3개월간 기준금리를 연 3.50%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냈다. 사실상 금리 인상이 마무리된 것이다.
이 총재는 “전망 경로에 변화가 없다면 연 3.50%로 유지하고 그 기간을 충분히 장기간 유지하면서 물가 안정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물가 둔화 흐름이 지속되고 있고 무엇보다 유가가 더 상승할 가능성이나 중동 사태 등 대외 경제 불안 리스크가 많이 완화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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