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내에서 차를 타고 가다 보면 동경하는 시선을 많이 느낍니다. 같은 차주와 눈이 마주치면 서로 엄지를 세워 올리기도 하죠.”
미국 뉴욕에서 주재 중인 한 인사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라스베이거스 ‘CES 2024’ 현장에서 만나 본인의 제네시스 G80에 만족감을 드러내며 이 같이 말했다. 과거 미국 시장에서 일본 브랜드 등에 밀리던 현대차그룹이 현재는 우수한 상품성과 브랜드 가치를 인정받으며 상황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현대차·기아가 최대 완성차 시장으로 꼽히는 미국에서 신기록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연간 판매량은 150만 대를 처음 돌파해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고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도 24%에 달했다. 올해에는 전기차 모델 확대와 세제혜택 등에 따른 가격 경쟁력 확보로 친환경차 누적 판매량 100만 대를 넘어서는 등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기아에 따르면 양사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미국에서 총 165만 2821대를 판매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2.1% 증가한 수치다. 기존 최대 판매 기록인 2021년 148만 9118대를 훨씬 웃돌며 우수한 실적을 거뒀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는 총 87만 370대를 팔아 연간 판매 80만 대 벽을 가뿐히 넘었다. 고급차 브랜드 제네시스도 6만 9175대로 전년보다 22.6% 증가하며 역대 최다 판매를 달성했다. 기아 역시 78만 2451대로 2021년(70만 1416대) 기록을 넘어 최고 판매량을 경신했다.
이에 현대차·기아는 미국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스텔란티스(153만 3670대)를 제치며 전체 완성차 업계 중 4위에 올랐다. 2021년 일본 브랜드인 혼다를 앞서며 5위에 오른 지 2년 만에 또다시 한 계단 오른 것이다.
현대차·기아의 친환경차와 제네시스와 레저용차(RV) 등 고부가가치 차량의 선전이 판매 실적을 이끌었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미국에서 전년 대비 52.3% 증가한 총 27만 8122대의 친환경차를 판매했다. 이에 따라 양사의 미국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2020년 3.2%에서 지난해 16.8%까지 5배 상승했다. 미국 친환경차 시장 점유율도 지난해 23.9%(추정치)로 3년째 20%대를 유지했다.
특히 전기차의 성장세가 돋보인다. 현대차·기아는 지난해 전기차 9만 4340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62.6% 늘며 전체 친환경차 중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2022년 8월 이후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여파로 가격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낮아졌음에도 높은 상품성을 인정받은 결과로 보인다.
제네시스와 RV도 미국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난해 제네시스 판매량은 전년 대비 22.6% 증가한 6만 9175대로, 2022년 11월부터 지난해 연말까지 14개월 연속 전년 대비 증가세를 보였다. 미국에서 팔린 현대차·기아의 RV 모델은 총 121만 8108대로 전년 대비 15.9% 늘었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미국 시장의 판매 확대를 지속할 계획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미국 내 친환경차 누적 판매량은 94만 6962대로 100만 대 달성을 눈앞에 뒀다. 지난해 연간 27만 8000여 대의 친환경차 판매를 달성한 것을 감안하면 1분기 내 100만 대 달성이 유력하다.
특히 올해는 새롭게 투입되는 전기차들이 친환경차 판매를 이끌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아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인 EV9은 올해 2분기 중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의 공장(KaGA)에서 생산될 예정으로 IRA 세제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과 기아 조지아 공장에 추가적인 전기차 현지 생산을 검토 중이다. 올 하반기에는 전기차 전용 공장인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도 가동된다. 현대차·기아는 당초 내년 상반기 양산을 목표로 했으나 시장 경쟁력을 높이고자 가동 시기를 앞당기기로 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지난해 연간 150만 대 판매는 현대차·기아가 값싸고 효율이 좋은 소위 ‘가성비’가 좋은 브랜드가 아니라, 품질과 상품성, 브랜드력으로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기꺼이 열게 하는 ‘최선호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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