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가 지속되자 개인들의 채권 순매수액이 작년 한 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하며 37조5600억원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안정적인 자산으로 꼽히는 국채 금리가 4%대로 치솟자 개인의 국채 투자는 지난해 4배 가량 급증해 눈길을 끌었다. 외국인 역시 신용등급이 안정적이면서 금리도 높은 한국 채권을 92조 원가량 사들이며 큰 관심을 나타냈다.
금융투자협회가 12일 발표한 ‘2023년 채권시장 동향’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해 국내 채권을 총 37조 562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2022년(20조 6113억 원)에 비하면 17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이며 4조 5000억 원에 머물렀던 2021년 대비로는 8배 넘게 급증한 것이다.
특히 개인은 국채를 집중적으로 사들여 회사채 투자 규모를 앞질렀다. 지난해 개인의 국채 순매수액은 11조 7181억 원에 달해 2021년 662억 원, 2022년 2조 9861억 원과 비교할 때 폭증한 셈이다. 개인의 회사채 투자액도 2022년보다 2조 2000억 원가량 늘어 10조 1925억 원으로 커졌지만, 국채 순매수 규모에는 못 미쳤다. 개인 투자자들이 지금까지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은 회사채를 중심으로 채권에 투자해 온 것을 고려하면 채권 투자의 트렌드가 획기적으로 바뀐 것으로 평가된다.
외국인의 국내 채권 순매수도 크게 늘었다. 외국인은 지난해 총 91조 7980억 원어치의 채권을 국내에서 사들였다. 1년 전보다 20조 4360억 원가량 늘어난 것이다. 국채를 63조 6990억 원 순매수했으며 통화안정채권도 21조 7330억 원어치 샀다.
개인과 외국인이 국내 채권을 대거 사들인 것은 금리와 연관이 깊다. 지난 한 해 동안 채권 금리는 글로벌 통화긴축 정책이 지속된 영향으로 미국을 필두로 우리나라도 꾸준히 상승 추세를 나타냈다. 지난해 10월에는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가 극에 달하면서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2007년 이후 16년 만에 5%를 넘어 국내 금리 역시 급등했다. 지난해 12월 미국의 긴축 종료 시그널에 금리가 떨어지긴 했지만 1년 중 대부분 고금리 환경이 지속됐다.
이 같은 금리 환경이 안전성이 높은 국채 선호로 이어졌다. 지난해 국고채 2년물 금리는 한때 4.07%까지 오르고 장기 국채 수익률도 4.3%까지 치솟았다. 채권 중 안정성이 가장 높은 국채 금리가 4%대까지 오르자 증시 대피성 자금 등 투자자들의 여유 자금이 국채 시장으로 빠르게 유입됐다. 추후 금리가 하락할 경우 자본차익을 누릴 수 있는 점도 안정적인 국채의 매력을 높였다. 통상 채권 가격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여 금리 하락 국면에서 채권의 가격은 높아진다.
채권 전문가들은 지난해 말 채권 시장이 예상 밖의 랠리를 펼치며 올 들어 채권 투자 기대 수익률은 낮아졌지만 금리 인하 시점을 예단할 수 없는 만큼 국채 투자의 매력이 유지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국은행이 11일 금리 인상 종료를 공식화했지만 인하에 대한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했다” 며 “기준금리 인하는 3분기로 늦춰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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