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가의 상속 문제로 중단됐던 2차전지 소재 기업 재원산업의 3000억 원 규모 ‘상장 전 투자 유치(프리IPO)’ 작업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상속인들이 창업주의 지분을 매각하지 않고 물려받기로 하면서 거래 완료를 눈앞에 뒀다.
12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재원산업 오너 일가는 고(故) 심장섭 전 회장 지분(25.54%)을 매각하지 않고 모두 상속하기로 했다. 수백억 원에 달하는 상속세는 연부연납 제도를 통해 향후 10년간 나눠 낼 예정이다.
프리IPO를 추진하던 재원산업은 창업자인 심 전 회장이 지난해 7월 갑작스럽게 별세했다. 가족들은 소수 지분 투자 유치를 계속하기로 하면서 지난해 10월 스틱인베스트먼트를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했지만 상속세 납부 문제로 관련 작업을 전면 중단했다. 업계에서는 가족들이 구주를 매각해 상속세 부담을 덜 수 있다고 봤지만 이들은 최종적으로 전환사채(CB) 발행 등을 통해 신주 투자만 받기로 정했다. 지분과 상속세 처리 방향이 가닥을 잡으면서 재원산업의 프리IPO는 다시 속도가 붙게 됐다.
스틱인베스트먼트와 투자를 협의하면서 재원산업은 약 1조 5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 내 상장을 조건으로 내걸고 스틱인베스트먼트는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지분을 매각해 수익을 낼 방침이다. 회사 지분은 심 전 회장과 그의 아들인 심재원 대표(17.46%), 심성원 여수탱크터미널 대표(17.70%), 심 전 회장의 부인 전영자 씨(8%) 등 특수관계인이 100%를 보유하고 있다.
1986년 설립된 재원산업은 석유화학제품을 합성·정제해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공정용 세정제를 제조하는 회사다. 최근에는 전기차 배터리 소재로 각광받는 2차전지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삼성SDI와 LG디스플레이·SK하이닉스 등에 제품을 공급한다. 2022년 기준 매출 2855억 원, 영업이익 142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진행된 투자 유치 경쟁 입찰에는 스틱인베스트먼트 외에 MBK파트너스와 어펄마캐피탈 등 대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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