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새로운 스마트폰 ‘갤럭시S24’ 시리즈가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공개된다. 삼성전자가 자사 첫 ‘인공지능(AI)폰’이라고 이름붙인 만큼 기기에 내장된 고성능 AI 모델을 기반으로 전작에는 없었던 AI 기능들을 지원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모든 기능을 자세히 밝히지 않았지만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그동안의 유출 정보를 바탕으로 다양한 예측이 나오고 있다.
13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갤럭시S24는 삼성전자가 공식 발표한 ‘실시간 통화 통역’ 외에도 웹서핑, 사진과 동영상 편집, 검색, 심지어 배터리 관리까지 다양한 작업을 생성형 AI를 통해 효율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갤럭시S24는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가우스’를 포함한 여러 생성형 AI 모델을 합친 ‘갤럭시AI’를 내장했다. 이 같은 온디바이스(내장형) AI 모델 덕분에 외부와의 연결 없이도 다양한 AI 기능을 빠르고 안전하게 구현할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갤럭시 AI의 대표적인 기능으로 실시간 통화 통역을 공개했다. 전화 상대방이 외국어로 대화를 해도 갤럭시 AI가 이를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언어로 바꿔준다. 통역된 대화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고 문자로도 스마트폰 화면에 표시된다. 온디바이스AI를 통해 통화 내용을 외부로 유출하지 않고도 통역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상대방이 갤럭시 AI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도 된다.
갤럭시AI의 추가적인 기능은 아직 공식화하지 않았다. 하지만 해외 IT 팁스터(정보 유출자)와 외신들은 갤럭시S24에 들어갈 새 운영체제(OS) 버전 ‘원UI 6.1’과 기기 판매처 등에서 유출된 정보를 바탕으로 탑재 가능성이 큰 기능들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는 ‘브라우징 어시스턴트 AI’다. 웹페이지 속 기사나 콘텐츠를 요약하거나 번역해주는 웹서핑 보조 AI인 셈이다. 그동안 생성형 AI가 챗GPT처럼 텍스트 검색·요약·작성 등 언어 기능 위주로 먼저 확산해온 만큼 갤럭시 AI 역시 비슷한 기능을 지원할 수 있다.
샘모바일 등 외신은 또 기존보다 향상된 사진과 동영상 편집 기능이 갤럭시S24에 들어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구글 스마트폰 ‘픽셀8’에 들어간 ‘매직 이레이저(마법 지우개)’처럼 사진 속 특정 피사체를 골라서 지우거나 이동하는 게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편집 과정에서 생기는 빈 공간은 AI가 주변 배경과 일관된 이미지로 채워준다. 비슷한 원리로 가우스가 공식 지원하는 기능인 저해상 이미지의 고해상도 변환도 지원될 것으로 알라졌다. 동영상 역시 특정 피사체를 지우거나 원하는 구간을 슬로우모션(느린 동작)으로 전환하는 것이 가능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미국 월마트에서 유출된 판매 정보에서도 갤럭시S24 핵심 기능으로 ‘인터넷 연결 없는 AI 사진·동영상 편집’을 강조한 바 있다.
갤럭시S24가 AI를 활용한 150배 카메라 줌(확대)을 지원할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린다. ‘갤럭시S23 울트라’가 지원하는 100배 줌은 카메라가 자체적으로 지원하는 광학 10배 줌과 디지털 줌 10배를 더해 구현된다. 이같은 갤럭시S23 울트라의 100배 줌 기능은 지난해 미국 팝가수 테일러 스위프트의 콘서트장에서 강력한 성능을 발휘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처럼 소프트웨어로 처리하는 디지털 줌에 AI를 도입해 화질과 확대율을 더 높일 여지가 충분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4월 한국 특허청에 ‘아이소셀 줌’과 ‘아이소셀 줌 프로’ 등 상표를 등록했다는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보탠다. ★본지 1월 5일 13면 참조 '갤S24 울트라에 '150배 줌' 심나'
삼성전자는 그 밖에도 이미지 검색, 기본 앱인 ‘음성 녹음’과 ‘노트’, 배터리 관리 등에도 갤럭시 AI를 도입해 기능을 고도화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특히 음성 녹음은 네이버의 ‘클로바노트’처럼 AI가 대화에 참여한 여러 사람의 음성을 텍스트로 변환하고 요약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메일 작성, 문서 요약, 일정 관리, 코딩 등 가우스 자체가 지원하는 언어·코드·이미지 모델 관련 기능들이 갤럭시S24에 구현될 예정이다. 또 최근 출시한 노트북 ‘갤럭시북4’가 PC OS ‘윈도’ 개발사 마이크로소프트(MS)의 생성형 AI 챗봇 ‘코파일럿’을 탑재한 것처럼 안드로이드에서 작동하는 갤럭시S24도 구글의 생성형 AI 모델 ‘제미나이’ 탑재와 이를 기반으로 한 챗봇 ‘바드’ 지원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는 이 같은 AI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하드웨어 성능도 강화했다. AI 구동에 필요한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두뇌칩)로 최신형 제품인 삼성전자 ‘엑시노스2400’과 퀄컴 ‘스냅드래곤8 3세대’를 채용했다. 전자기기 성능 측정 사이트 ‘긱벤치’에 노출된 엑시노스2400의 벤치마크(성능점수)는 단일 작업 처리 성능인 ‘싱글코어’ 점수가 2067점, 다중 작업 처리 성능인 ‘멀티코어’가 6520점이다. 전통적인 ‘AP 강자’ 애플의 ‘아이폰16’에 들어간 ‘A16 바이오닉’(각각 2555·6354점)보다 싱글코어는 크게 밀리지만 멀티코어는 3% 앞선다.
삼성전자가 2년 만에 선보이는 자체 AP 엑시노스2400은 스냅드래곤8 3세대에 맞먹는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발열 관리 등 사용자의 실사용을 거쳐 드러날 실제 성능 평가에 성패가 갈릴 예정이다. ‘갤럭시S24 울트라’와 북미 등 일부 국가 ‘기본형’ 모델에 들어갈 스냅드래곤8 3세대는 싱글코어가 2234점, 멀티코어 6807점이다.
갤럭시S24 시리즈는 기본형과 이것의 대화면 버전인 ‘플러스’, 최고급형인 ‘울트라’ 등 3종으로 이달 말 출시된다. 6인치대 크기와 최고 120Hz 주사율의 화면, 8~12GB램 메모리, 128GB 이상의 저장용량, 5000만 화소 메인 카메라를 포함한 트리플(3개의) 또는 쿼드(4개의) 카메라 등이 탑재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 판매점에서 유출된 디자인을 보면 울트라의 경우 전작과는 달리 화면 모서리를 곡면으로 처리하는 ‘엣지 디스플레이’ 대신 편평한 디스플레이가 들어갈 것이라는 주장에도 힘이 실린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갤럭시S24의 국내 출고가는 기본형과 플러스가 전작과 같고 울트라는 전작보다 10만 원 안팎 인상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256GB 기준 기본형은 115만 5000원, 플러스는 135만 3000원, 울트라는 169만 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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