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대선의 해인 2024년 첫 번째 선거에서 대만이 민주 진영의 첫 승리를 일궈냈다.”
13일 밤 대만 제16대 총통 선거에서 승리한 집권 민주진보당의 라이칭더 당선인이 지지자들에게 불끈 쥔 주먹을 들며 이같이 말하자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라이 당선인은 승리가 확정된 이날 오후 8시 30분(현지 시각)께 타이베이시 베이핑둥루에 위치한 전국경선총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대만인이 민주주의의 새로운 장을 함께 작성했다”며 “민주주의 체제를 소중히 여기는 사실을 세계에 보여줬다”고 밝혔다. 라이 당선인은 총 558만 표(40.05%)를 얻어 차기 총통 자리에 올랐다. 친중 제1야당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는 467만 표(33.49%), 제2야당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는 369만 표(26.46%)를 득표했다.
민진당은 1996년 직선제 도입 후 2000년부터 국민당과 8년마다 교대로 정권을 잡았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3기(12년) 연속 장기 집권의 길을 걷게 됐다. 대만 총통의 임기는 4년이지만 중임이 가능해 민진당은 최대 16년까지 임기를 연장할 수 있다.
라이 당선인은 첫 기자회견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은 총통으로서 중요한 사명”이라며 “대등한 존엄을 전제해 봉쇄를 교류로, 대결을 대화로 대체해 중국과 협력을 전개하되 도발에는 맞서 대만을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중국과도 대화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라이 후보의 당선으로 대만해협을 둘러싼 긴장감은 고조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중 간 패권 경쟁 속에 이번 선거는 대만해협을 둘러싸고 친미·친중 성향의 후보가 대결하는 ‘미중 대리전’으로 치러졌다. 대만과 미국의 협력이 강화될 가능성이 큰 데다 중국이 민진당에 거부 반응을 보이는 만큼 양안(兩岸·중국과 미국) 관계, 미중 관계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민진당이 과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총 113석 중 민진당은 51석을 얻었고 국민당이 52석으로 다수당이 됐다. 민중당은 8석, 무소속 후보가 2석을 차지했다. 라이 후보의 승리에도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하며 정책 추진과 국정 운영에는 차질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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