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에 키를 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가 양사 합병안에 승인 방침을 세웠다. 진통을 겪던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이 제주항공(089590)의 단독 입찰 참여로 순조롭게 추진되기 시작하면서 합병 성공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양사 합병법인은 세계 10위권 글로벌 ‘메가캐리어’로 우뚝 설 전망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EC는 대한항공이 최근 제출한 아시아나와 합병을 위한 시정조치안에 대해 최종 승인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EC는 지난해 5월 "양사가 합병하면 유럽 4개 도시(파리·프랑크푸르트·로마·바르셀로나)의 항공 여객 시장과 화물운송 시장에서 가격이 오르고 품질이 저하되는 등 경쟁이 위축될 수 있다"며 심사를 중단한 바 있다.
◇유럽 4개 노선·아시아나 화물 매각 일단락=문제는 항공화물 시장 지배력을 낮추는 방안이었다. 당시만 해도 대한항공은 화물기 매각 등 방안을 제시했지만 EC에서 이 방법으로는 유럽 화물시장 지배력을 낮출 수 없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항공은 지난달 초 아시아나 화물사업 분리 매각을 하는 초강수를 뒀고 아시아나 이사회가 진통 끝에 매각안을 통과시켰다.
항공 화물 시장이 꺾이면서 아시아나 화물 사업 매각이 될 지도 관건이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에어프레미아, 에어인천, 이스타항공이 아시아나 화물 입찰에 참여할 것을 검토했지만 최종적으로 제주항공이 단독 입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여객 중심인 제주항공은 최근 화물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22년 6월에는 저비용항공사(LCC) 최초로 화물 전용기를 도입한 데 이어 지난해 12월에는 화물 2호기도 들여왔다. 현재 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중국 직구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중국발(發) 전자상거래 물량도 일부 담당하고 있다.
'알짜'로 분류되는 유럽 4개 도시 운항을 티웨이항공(091810)이 맡기로 해 이 부분은 EC도 쉽게 수용할 수 있었다. 티웨이항공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 초 중장거리용 항공기인 A330-300을 3대 도입하며 장거리 노선 취항 준비를 하고 있었다. 유럽 4개 노선의 안정적인 취항을 위해 중장거리용 항공기를 추가 도입하고 대한항공에서도 기재와 인력을 지원할 방침이다.
티웨이항공은 늦어도 올 6월부터 유럽행 비행기를 띄운다. 업계 관계자는 “EC에서도 양 사 합병의 선제 조건으로 6월부터 유럽 4개 도시 취항이라는 단서를 달았다”며 “대한항공은 EC가 요구한 조건들을 다 내놓은 상태로 모든 준비는 거의 완료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C는 심사 마감 기한을 다음달 14일로 정한 만큼 남은 절차를 고려하면 공식 발표까지는 몇 주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1월 산업은행의 양사 통합 추진 발표로 시작된 합병은 대한항공이 지난해 초 기업결합을 신고한 14개국 중 유럽연합과 미국, 일본을 제외한 11개국으로부터 승인받으면서 순항하는 듯 보였지만 EC의 까다로운 심사에 시간이 지연됐다.
◇세계 10위 메가캐리어 탄생 눈앞=양사 기업결합이 성사되면 세계 10위권 항공사가 되며 국내 항공산업도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전인 2019년 국제 여객 RPK(항공편당 유상승객 수에 비행거리 곱한 수치)를 보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는 각각 18위, 32위권 항공사였다. 합병법인으로 계산하면 단숨에 11위로 올라선다.
3분기 기준 보유 항공기도 대한항공이 156대, 아시아나가 79대로 합병법인의 항공기만 235대다. 유럽 최대 항공사 중 하나인 에어프랑스(217대)를 단숨에 넘어선다. 양사의 지난해 예상 매출과 영업이익은 23조 5000억 원, 2조 5500억 원으로 말그대로 초대형 항공사가 출범하는 것이다.
항공산업은 대규모 고정자산을 기반으로 운수권과 항공기 등을 효율적으로 운영해야 하는 규모의경제 시장이다. 연결편 스케줄도 개선되고 부채로 분류되는 마일리지를 통합 사용할 수 있다. 몸집이 커질수록 비용이 하락하기 때문에 2000년대 초부터 글로벌 항공사들이 활발하게 합종연횡하며 경쟁력을 높이고 있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EC로 부터 공식 접수 한 사안은 아직 없으나 최종 승인 절차 완료 시 까지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며 “양사 합병시 동북아 주요 허브공항 경쟁력 강화로 국내 항공산업 성장 견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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