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정부가 세수 부족 등을 이유로 법 취지에 맞지 않게 한국은행 일시대출금을 쌈짓돈처럼 117조 원이나 꺼내 쓰자 결국 금융통화위원회가 제동을 걸었다. 재정증권 평균 잔액보다 더 많은 돈을 빌려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매주 정례적으로 일시차입과 관련한 사안을 사전에 협의하라는 등 각종 조건을 내건 것이다.
15일 한은에 따르면 금통위는 11일 정례회의에서 ‘2024년도 대정부 일시대출금 한도 및 대출 조건’을 의결했다. 정부는 세입과 세출 시기가 맞지 않아 일시적으로 자금 부족이 생기면 63일짜리 단기국채인 재정증권을 발행하거나 한은으로부터 일시대출금을 받아 활용한다. 재정증권은 만기가 있는 데다 발행 절차가 까다롭다. 반면 한은 일시대출은 만기도 없고 절차도 간단해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처럼 간편하게 쓸 수 있다. 다만 통화량 증가로 인한 물가 상승 등의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금통위는 정부가 한은 일시차입을 기조적으로 활용한다고 판단하고 대출 조건을 강화했다. 먼저 금통위는 ‘정부는 일시차입금 평균 잔액이 재정증권 평균 잔액을 상회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했다. ‘국고금관리법’은 정부가 한은으로부터 일시대출금을 차입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 부족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자 구체적인 조건을 내건 것이다.
금통위는 정부가 일시차입·상환 일정, 규모, 기간 등을 한은과 사전에 정기적으로 매주 협의하라고 했다. 평균 차입 일수뿐 아니라 차입 누계액도 최소화하라는 조건도 붙였다. 한은 관계자는 “국고금관리법에 따라 정부가 재정을 운용할 때 재정증권을 먼저 활용한 후 한은 일시대출로 조달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을 구체화하고 명시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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