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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위기를 경영하라

어명소 LX한국국토정보공사 사장





새해에 ‘일본 경영의 신’이라고 불리는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의 ‘왜 일하는가’라는 책을 읽었다. 지난해 타계한 이나모리 회장은 TV 부품을 만드는 교세라를 창업해 세계 100대 기업으로 키웠으며 파산한 일본항공(JAL)을 단기간에 흑자로 전환시킨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그는 기업인뿐만 아니라 일반인 사이에서도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며 우장춘 박사의 사위여서 우리나라와의 인연도 깊은 편이다. 어떤 환경에서도 성실하게 최선을 다하고 모두를 행복하게 하겠다는 마음으로 살아간다는 그의 이타적 경영 철학은 60년 경영 현장에서 끌어올린 깨달음이라 울림이 있다.

회사가 잘되면 잘되는 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최고경영자(CEO)들은 고민이 많다. 최초 매출 감소로 경영 위기에 처한 기업을 이끌고 있는 내 상황에서 이나모리 회장의 경영 방식은 새로운 교본이 되고 있다. 특히 그가 교세라 창업 초기부터 도입한 ‘아메바 경영’에 관심이 갔다. 큰 조직을 독립 채산제로 운영하는 소집단으로 쪼개고 그 조직의 리더를 임명해 회사를 공동 운영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요즘과 같은 저성장기에 경제 상황과 기술 동향 등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회사 조직을 유연하게 재구축한다는 그의 경영 방식은 시대를 앞서가는 경영 방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일하는가. 신년을 맞으며 나와 내가 몸담고 있는 기업의 직원들에게 건네는 화두이기도 하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어떻게 하면 적게 일하고 편해질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일을 통해 먹고 입고 잘 곳을 얻고, 덤으로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도 얻지만 그것이 일을 하는 이유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나의 공직 생활을 돌이켜보면 일을 통해 ‘의미’를 더 많이 찾고자 했다. 하고 싶었던 일, 관심이 많았던 일이 내게 맡겨지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하지만 맡겨진 일에서 최선을 다하고 사회에, 국민에, 조직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고 집중하고자 했다. 열정이자 투지일 수도 있고, 내게 맡겨진 일에 대한 책임감일 수도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LX한국국토정보공사는 토지 경계를 확정하는 지적 측량을 통해 국민의 재산권 보호와 국토의 효율적 이용에 기여해왔다. 하지만 이 일은 토지 경계로 인한 분쟁과 민원의 소지가 다분한 업무다. 갈수록 국민들의 눈높이는 높아지고 있고 드론·메타버스 등 첨단기술이 도입되고 있다. 건설 경기가 침체되면서 측량 시장 또한 점점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고품질 서비스로 경쟁력을 높이고 신사업을 발굴하지 않는다면 공공기관이라 하더라도 회사의 입지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고로 나의 사명은 국가와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국토 정보 서비스 제공을 위해 내가 앞장서고 직원들도 자발적으로 참여하도록 하는 데 있다. 그것이 지속 가능한 조직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존경하는 멘토가 이런 말을 해준 적이 있다.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지금 하는 일을 탁월하게 하라.’ 새해를 맞으며 이나모리 회장의 저서를 통해 일하는 이유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본다. 불안한 시대를 건너는 이 시대 모든 직장인들에게 울림을 주는 가르침이다. JAL의 한 임원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바뀐 것은 마음가짐뿐이었다. 마음의 방향을 바꿨을 뿐인데 그 순간 나를 둘러싼 상황이 거짓말처럼 완전히 달라졌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결국 모든 일은 우리 자신의 결심이고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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