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자본시장 경력 중 처음 25년을 뼛속까지 액티브 투자가로 살다가 이후 8년 넘는 시간을 패시브 투자가로 전환해 살아가고 있다. 액티브 투자는 시장의 비효율성을 이용해 비교지수보다 초과 수익을 얻기 위해 적극적으로 자산을 매매하는 투자 전략이다. 워렌 버핏의 포트폴리오와 피터 린치의 마젤란펀드가 그 대표 사례다. 반면 패시브 투자는 시장 평균 수익률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펀드에 돈을 넣는 것이다.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하는 전략이 여기에 해당한다.
필자가 패시브 투자로 선회한 것은 ‘깨달음’ 덕분이다. 필자는 2000년 10월부터 2007년 5월까지 시장 대비 초과수익률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그러다 필자가 기록한 초과수익률은 개인 기량 덕분이 아니라 기관투자가로서 정보 접근에 유리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한국은 2009년 공정공시제도 보완 이후, 미국은 2003년 관련 규제 시행 이후 정보의 비대칭성 규제(Fair Disclosure)의 효과가 본격적으로 발휘됐다.
2001년부터 2009년 2월까지 국내 액티브 공모펀드의 수익률은 코스피 대비 연 평균 0.52% 낮았다. 규제 보완 뒤인 2009년 3월부터 2023년 12월까지는 그 격차가 연평균 2.00%로 벌어졌다.
월가의 전설인 워렌 버핏의 포트폴리오도 1965년부터 2002년까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500보다 연 평균 15.64%씩 초과한 수익률을 달성하다가 규제 시행 이후인 2003년부터 최근 20년 간은 시장 평균에 못 미치는 수익률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와 액티브펀드 수익률을 비교한 지표인 SPIVA(S&P Indices Versus Active)에 따르면 지난해 6월 30일 기준으로 과거 1년, 3년, 5년, 10년, 15년의 투자 기간 동안 전체 미국의 대형주 액티브 펀드 중 S&P500보다 좋은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의 비중은 각각 39.1%, 20.2%, 13.4%, 14.4%, 7.8%이다. 투자 기간이 길어질수록 액티브 펀드가 초과 수익률을 달성할 확률이 현격히 낮아지는 셈이다.
수익률 부진은 비단 정보의 비대칭 규제 때문만은 아니다. 2000년대 들어 정보통신 기술이 발달하면서 기업·시장의 정보가 가격에 빠르게 반영돼 과거 대비 시장의 효율성이 향상된 영향도 있다.
이렇듯 지금은 패시브 전략이 우월하다는 여러 근거가 있음에도 여전히 액티브 전략을 선호하는 투자가들이 있다. 행동경제학에서는 이를 과잉 자신감(시장을 이길 수 있다는 생각), 후회 회피(손실을 견디는 것보다 후회를 더 두려워하는 심리), 대중의 추종(주변 사람들이 액티브 투자를 하기에 본인도 액티브를 선택하는 행위) 등 인간의 심리적 특성에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연금 투자와 같은 장기투자에서 초과 수익을 얻을 확률은 패시브 중심 투자라는 점을 이제 일반 투자자들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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