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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고용방식' 기업에 맡기자…근로연령 늘고 연금부담 줄어

[2024 신년기획-결단의 해, 막 오른 경제전쟁]

<5> 노동·연금개혁 나선 日

기업 부담 완화 위해 자율성 부과

현지기업 99.9%가 '계속고용' 중

10곳 중 7곳은 재고용 방식 선호

소득세 더 걷히고 연금수령 늦춰

사회보장 재원 마련에도 큰 역할


일본은 2013년 모든 기업에 ‘65세 계속고용’을 전면 의무화했다. 법적 정년은 60세이지만 근로자가 희망할 경우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 시스템을 반드시 갖추게 한 것이다. 그리고 불과 5년 뒤인 2018년 일본 정부는 ‘70세 계속고용’ 추진을 공식화했다. 2021년 들어서는 모든 기업이 근로자를 70세까지 고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법에도 명시했다.





일본이 계속고용 확대에 속도를 낸 것은 고령화에 따른 노동력 부족이 경제 활력을 떨어뜨렸기 때문이다. 일본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IPSS)에 따르면 생산·소비 등 경제활동의 핵심인 15~64세 인구 비중은 2022년 기준 59.4%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낮다. OECD는 이를 근거로 올해 일본의 잠재성장률이 0.2%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계속고용 정책은 고령화로 불어나는 지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책적 목적에서 우선 시작된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근로 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근로소득세를 더 거둘 수 있고, 이를 의료·복지 등의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생노동성에 따르면 일본 정부가 의료·복지 등 사회보장에 투입해야 하는 돈은 2040년 19조 엔(약 172조 원)으로 전망된다.

근로 연령이 높아지면서 정부의 연금 등 사회보장 부담도 줄일 수 있게 됐다. 일본 정부는 65세부터 연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하되 본인이 원하면 수급 연령을 75세까지 늦출 수 있도록 법제를 변경했다. 하마구치 게이치로 일본 노동정책연구·연수기구(JILPT) 소장은 “기업의 인건비 증가로 이어지는 계속고용은 ‘인기 없는 정책’이라는 것을 정부도 인지하고 있다”며 “하지만 계속고용 없이는 고령화 부담을 감당할 수 없기에 정책을 강하게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전방적인 지원으로 지난해 일본 기업(근로자 21명 이상 사업체 기준)의 99.9%는 ‘65세 계속고용’을 실시하고 있다. 계속고용이 성공적으로 안착했다는 것이 일본 경제 전문가들의 대체적 평가다.

일본 정부도 이를 하루아침에 달성한 것은 아니다. 일본은 1990년대부터 65세 계속고용 추진 방침을 세우고 정책을 수정했다. 또 2000년에는 모든 기업에 ‘계속고용 노력 의무화’를 부여했다. 2006년에는 노사 합의로 정한 대상자에 한해 65세 계속고용을 실시하게 했고 2013년에 대상 제한 없이 전면 의무화했다. 하마구치 소장은 “정부 목표는 계속고용이 현장에 실제로 작동하게 하는 것이었다”며 “기업과 근로자들의 반응을 살피며 제도를 단계적으로 실시해 제도에 대한 거부감을 줄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가 기업에 자율성을 부과한 것은 제도 안착에 핵심 동력이 됐다. 일본은 개별 기업이 고용 방식과 임금 수준을 자율적으로 선택하도록 했다. 60세 이상 고령자의 고용 방식을 △재고용 △정년 연장 △정년 폐지 가운데 선택하도록 한 것이다. 정년 연장, 정년 폐지는 입사 당시의 고용계약이 그대로 이어지지만 재고용은 기존 계약을 종료하고 1년 단위로 새로 계약하는 방식이다.

각 기업은 자신들의 여건에 최적화된 방식을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었다. 상당수 기업은 임금 수준과 업무 내용을 새로 논의하는 형태의 재고용 방식을 선호했다. 일본 후생성 조사 결과를 보면 지난해 일본 기업의 70.6%가 재고용 방식으로 65세까지 계속고용을 실시 중이며 재고용 시 임금은 통상 20~50%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마구치 소장은 “정부는 정책 추진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제도적으로 기업 자율을 최대한 보장해준 것이 성공 비결”이라며 “고용 방식과 임금 수준까지 정부가 개입하면 기업의 반발이 극심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의 새로운 계속고용 정책인 ‘70세 계속고용’ 역시 성공적으로 안착할 것으로 평가된다. 70세 계속고용은 △업무 위탁 계약 체결 △사회 공헌 사업 종사 등을 추가해 기업의 고용 비용 부담을 더욱 낮췄다. 김명중 일본 닛세이기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2030년대 들어서는 70세 계속고용 기업이 더 많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본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더 빠르게 줄어드는 한국은 여전히 법적 정년이 60세에 머물러 있다. 2022년 기준 전체에서 생산가능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국이 71.1%인 데 비해 일본은 59.4%로 한국이 압도적으로 크다. 하지만 2050년에는 한국 51.9%, 일본 52.9%로 역전되고 2070년에는 한국 46%, 일본 52.1%로 격차가 더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수석연구원은 “고령자 계속고용 확대는 연금제도, 기존 복지 제도 개편과 함께 맞물려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강력하게 추진 의사를 밝히고 투명성과 국민 신뢰도가 높은 논의 기구를 하루빨리 가동해 개편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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