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006800)에 이어 올 해 두 번째로 공모 회사채 발행에 나선 삼성증권(016360)이 수요예측서 모집액의 8배에 달하는 자금을 받아내며 흥행에 성공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증권업계에 확산한 가운데 소속 그룹의 자금 지원 여력에 따라 증권채 투심이 엇갈리는 모습이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이날 2000억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1조 60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 만기 물량은 700억 원 모집에 6400억 원, 3년물은 1300억 원 모집에 9600억 원의 주문이 들어왔다.
삼성증권은 희망 금리 범위로 개별 민평 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30~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했는데 2년물은 0bp, 3년물은 -2bp 수준에서 모집 물량을 채웠다. 3년물의 경우 시장이 평가하는 삼성증권 회사채 가격보다 더 비싸게 사려는 투자자가 많았다는 의미다.
삼성증권은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 오는 25일 최대 4000억 원까지 증액해 발행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조달 자금은 다음 달 초 만기가 돌아오는 2000억 원 규모 채무 상환에 사용한다. 대부분 금리가 4.4~4.5% 수준인 기업어음(CP)과 전자단기사채다. 전 거래일 삼성증권 3년물 민평금리가 3.995%이니 비교적 만기 구조를 장기화하면서도 이자 부담을 줄이는 데 성공한 셈이다.
당초 업계에서는 삼성증권의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을 확신하지 못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사태로 부동산PF 우려가 증권·금융 업종을 덮친 탓이다.
지난 9일 올 첫 번째 증권채 발행에 나선 미래에셋증권은 3000억 원 규모 수요예측에서 60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3·5년물 모두 수요를 넉넉히 확보했지만 민평금리보다 15bp, 29bp, 18bp 높은 수준에 물량을 채웠다.
미래에셋증권은 최대 6000억 원까지 증액 발행 상한선을 열어뒀지만 3년 물의 경우 조달 금리가 4.296%에 달해 최종 4200억 원만 발행했다. 이에 증권채 투심이 회복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한국금융지주는 1000억 원 규모 회사채를 조달하려던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IB업계 관계자는 “미래에셋증권과 달리 삼성증권은 삼성생명(032830) 등 그룹 계열 지원 가능성이 우수하다는 점이 투자 불안을 잠재운 요인으로 보인다”며 “삼성증권 회사채 신용등급이 ‘AA+’급으로 미래에셋증권(AA)보다 1노치 높은 것도 이 때문”라고 말했다.
나이스신용평가 역시 “회사에 대한 계열의 지분율(삼성생명 29.4%)은 높지 않으나 계열의 경영통제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동일한 브랜드를 공유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계열의 지원의지가 높은 수준으로 판단한다”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일반 회사채들도 대부분 조(兆) 단위 주문을 받으며 흥행에 성공했다. SK E&S(AA)는 3000억 원 모집에 1조 5100억 원, 한화(000880)(A+)는 1500억 원 모집에 1조4940억 원, 롯데지주(004990)(AA-)는 2600억 원 모집에 730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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