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대통령실과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에 사실상 제동을 걸었다. 국내 플랫폼 업계는 물론 미국 산업계도 이미 반대 입장을 수차례 밝힌 데 이어 미 행정부가 공식 우려 입장을 전한 것이어서 파장이 예상된다.
17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미국 국무부와 상무부는 지난해 12월 말께 한국 정부에 플랫폼과 관련해 “구글·애플 등 미국 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과 투명성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미국 기업들이 공평한 경쟁의 장을 가질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 같은 입장은 앤드류 허럽 주한 미국 부대사를 비롯해 대통령실·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동시에 전달됐다. 대통령실의 한 관계자는 이에 대해 “미국 측이 우려하는 분위기를 전달해와서 ‘외국인 차별 없이 적용하겠다’는 취지의 설명을 담당 부처가 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플랫폼법은 시장 지배력이 큰 대형 플랫폼 기업을 미리 지정해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자사 이용자에게 경쟁 플랫폼의 이용을 금지하는 것), 최혜 대우 요구 등의 행위를 집중 감시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업계에서는 현행 공정거래법상 ‘사후 규제’ 방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위법 여부를 상시 들여다보는 ‘사전 규제’를 도입하는 것이어서 기업의 부담이 한층 커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미국 정부가 아직 공개도 되지 않은 법안에 대해 이례적으로 부정적 의견을 전달한 것은 중국 기업과의 역차별 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 내 시장점유율이 낮아 규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중국 플랫폼 기업들만 혜택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미국 정부의 입장이다. 실제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윌리엄 라인시 CSIS 국제경제석좌 겸 선임자문관은 최근 기고문을 통해 “친기술 정책을 표방하는 한국 정부가 미국 플랫폼을 불공정하게 겨냥하고 중국 플랫폼에는 면죄부를 주는 (유럽의) 디지털시장법(DMA)과 유사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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