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동차 전기·전자 장비(전장) 기업들이 미국 완성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멕시코를 중심으로 한 북미 생산 거점 구축에 대거 나서고 있다. 미국 전기차 생산 기업과 인접한 곳에서 지리적 이점을 누리기 위한 결정이지만 특정 지역 쏠림 현상으로 인한 인력 부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부품사 투톱인 삼성전기(009150)와 LG이노텍(011070)은 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구축·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기는 지난해 하반기 멕시코에 전장용 카메라 모듈 생산 기지를 구축하기 위해 현지 법인을 신규 설립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4에서 기자들과 만나 “공급망 다변화가 세계적 주제라 어떤 경우에도 부품 공급망에 이상이 없어야 한다는 고객 요청이 있었다”며 “북미에도 공급망이 있어야 할 것 같아 법인을 설립했고 카메라 모듈이 가장 먼저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미 멕시코에 생산 거점을 갖춰 놓은 LG이노텍은 규모를 더욱 확대해 나가겠다는 구상을 공개했다. 문혁수 LG이노텍 대표는 CES 2024 전시관에서 “기존 멕시코 전장 공장이 3000평(약 9917㎡)쯤 되는데 지난해 3만 평(약 9만 9173㎡) 규모의 부지를 샀고 인허가를 받아 건물을 짓고 있다”고 했다. LG이노텍은 2013년 6월 멕시코 산후안델리오에 전장 부품 생산 공장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다른 기업들도 이 같은 북미 진출 흐름에 동참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의 전장 부품 자회사인 LS이모빌리티솔루션은 멕시코 두랑고주에 3만 5000㎡ 규모의 공장을 구축하고 있다. 미국 완성차 업체인 포드의 요청에 따라 전기차용 부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결정이다.
LG전자(066570)와 마그나의 합작법인인 LG마그나이파워트레인 또한 멕시코 라모스아리즈페에 생산 시설을 구축하고 지난해 9월부터 전기차용 구동모터와 인버터 등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고객사인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납품할 부품이다.
국내 부품사들이 멕시코로 향하는 것은 완성차 고객사들이 몰린 미국과 인접한 데다 인건비 등 운영 비용도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은 남미를 겨냥한 생산 거점 역할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한정된 인력 풀을 공유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산성 향상을 위한 숙련공 확보는 과제로 남을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완성차 업계의 요청으로 생산량을 지속적으로 늘려가는 가운데 공장을 운영할 인력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지의 인력난이 이미 현실화하고 있다”며 “국내 기업끼리의 인력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비용 부담뿐 아니라 안정적인 시설 운영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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