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플래그십 스마트폰 신제품 ‘갤럭시 S24’를 공개하는 행사에서 스마트 반지 ‘갤럭시링’을 깜짝 공개했다. 지난해부터 소문만 무성하던 갤럭시링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연내 갤럭시링을 출시해 스마트워치 ‘갤럭시워치’에 이어 디지털 헬스케어(건강관리) 사업 확대에 나설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17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SAP센터에서 개최한 ‘갤럭시 언팩’ 행사 말미에 10초가량 분량의 갤럭시링 소개 영상을 공개했다. 갤럭시 S24에 모든 이목이 쏠렸던 순간 스크린 화면이 암전된 후 다시 켜지더니 은반치처럼 생긴 갤럭시링이 등장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의 ‘절대반지’를 연상시키는 극적인 연출에 현장을 가득 채운 관객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갤럭시링은 반지 안쪽에 생체신호를 감지하는 센서를 탑재해 사용자의 건강 모니터링, 운동과 수면 보조 등을 돕는 웨어러블(착용형) 기기다. 그간 삼성전자의 해외 특허 출원과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정보를 통해 그 존재가 알려졌지만 구체적인 실체가 공식 발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10초가량의 영상은 갤럭시링의 출시 시기와 사양, 가격 등 구체적인 정보를 담지 않았다.
정보기술 업계 안팎에서는 삼성전자가 올 하반기 폴더블폰 신제품과 함께 갤럭시링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관련해 노태문 삼성전자 모바일경험(MX)사업부장은 갤럭시 언팩 2024 행사 후 열린 한국 기자 대상 간담회에서 “(갤럭시링을) 연내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디지털 헬스케어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가장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항상 착용할 수 있는 폼팩터(기기 형태)가 디지털 헬스케어의 완성에 꼭 필요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설명했다. 매튜 위긴스 삼성리서치 미국 헬스솔루션랩장도 “오늘 우리는 삼성 헬스의 최첨단 혁신 기술을 새로운 폼팩터에 적용해 삼성 헬스의 가능성을 한 단계 더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갤럭시링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화면이 필요없고 소비 전력이 낮아 갤럭시워치 등 다른 모바일 제품보다 긴 배터리 사용시간을 가질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우선 주행 거리를 측정하는 것과 같은 운동 보조 기능부터 탑재해 갤럭시링을 우선 출시한 뒤 생체신호 측정이나 수면 관리·개선 같은 갤럭시워치 수준의 기능 고도화를 해나갈 예정이다. 사용자의 민감한 생체정보를 수집하는 일부 기능은 규제당국인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삼성전자가 이로부터 자유로운 기본 기능을 우선 지원하는 방식으로 출시 일정을 앞당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는 갤럭시워치 시리즈도 출시 후 후속 연구개발(R&D)과 식약처 허가를 통해 생리주기 측정, 심방세동(심장박동이 불규칙하게 측정되는 부정맥의 일종) 알림, 수면 개선 등 헬스케어 기능을 추가해왔다. 회사는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와의 연계가 용이한 웨어러블 제품군을 확장함으로써 스마트폰 중심 모바일 사업의 다각화를 꾀할 전망이다. 이미 체온, 심박수, 수면의 질 측정 등이 가능한 40만 원대 스마트 반지 ‘오우라 링’이 시중에 나온 상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전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은 2026년 827조 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2월 미국 특허상품청에 갤럭시링의 상표권을 등록하고 같은 해 7월에는 국내와 영국 특허청에도 같은 제품으로 추정되는 ‘갤럭시서클’ 상표권의 출원을 신청했다. 당시 외신들은 삼성전자의 건강관리 애플리케이션 ‘삼성 헬스’의 새로운 버전에 ‘반지 지원(Ring Support)’이라는 기능이 추가된 것을 발견해 보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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