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위기를 겪었던 새마을금고가 4개월 만에 유동성 위기 진화에 성공했다. 4%대 고금리 정기예금을 앞세워 시중 자금을 끌어모은 덕이다.
18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의 지난해 11월 수신 잔액은 252조 5417억 원으로 뱅크런이 발생했던 같은 해 7월 241조 8559억 원보다 10조 6858억 원 증가했다. 뱅크런 발생 전인 지난해 6월 수신 잔액 259조 4624억 원을 상당 부분 회복한 것이다. 새마을금고는 지난해 뱅크런 당시 한 달 만에 수신 잔액이 17조 원 이상 줄어들며 휘청했지만 불과 4개월 만에 수신 잔액을 뱅크런 이전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가장 큰 효자 상품은 연 4%대 고금리 정기예금이다. 새마을금고는 1금융권과 저축은행 등 다른 금융 업계가 수신금리를 낮추는 사이 홀로 연 4%대 고금리 상품 판매을 유지했다. 실제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신규 취급액 기준 새마을금고의 1년 만기 정기예탁금 금리는 연 4.49%로 금융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현재도 속초중앙 새마을금고에서 연 4.7%, 북대구·대평 새마을금고에서 연 4.6%의 정기예금 상품들을 판매 중이다. 판매 개시 1~2일 만에 완판되며 판매가 중단되기는 했으나 최근 경북 영덕군 영해 새마을금고가 연 5.1%의 특판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연 4%대 금리를 제공하는 정기예금은 1금융권은 물론 저축은행에서도 찾아보기 힘들다. 시중은행들은 주요 정기예금 상품 금리를 최근 상·하단 모두 3%대로 낮췄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이날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년 만기 주요 정기예금 금리는 연 3.55~3.90%다. 저축은행에서도 연 4%대 금리는 찾아보기 힘들다. 저축은행중앙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의 이날 기준 1년 만기 정기예금의 평균 금리는 3.86%다. DH·대백·더블·아산 등 일부 중소형 저축은행만 4.1% 수준의 금리를 적용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새마을금고의 4%대 정기예금으로 시중 자금이 몰리면서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은 감소세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 업계의 총 수신 잔액은 지난해 9월 117조 8504억 원, 10월 115조 2311억 원, 11월 110조 7858억 원으로 두 달 사이 7조 원가량 줄었다.
시장에서는 수신 잔액을 평균 수준으로 회복한 새마을금고가 향후 전개할 전략에 관심이 쏠린다. 특히 지난해 12월 첫 직선제로 선출된 김인 새마을금고중앙회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경영혁신안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김 회장은 이달 12일 조직 개편을 통해 리스크 관리 기능 및 금고에 대한 지도 감독 기능을 강화했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금고여신금융본부와 금고여신관리부를 각각 여신지원부문과 여신관리본부로 격상했다. 행정안전부도 부동산·건설업 관련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담은 ‘감독 기준’을 지난달 개정했다. 김 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책임 경영 강화 및 위기 대응을 위한 리스크 관리 체계 구축을 통해 새마을금고의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며 “올해는 신뢰를 회복하고 지역사회와 더불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새마을금고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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