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이 최근 시리아·이라크·파키스탄 등 인접 3개국을 직접 공습한 것을 두고 대내외적으로 중동 지역 내 영향력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특히 최근 이란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여파로 격앙된 강경파를 달래려는 목적이 두드러지지만 이 과정에서 자국 영향력을 오판해 우호적 관계인 파키스탄까지 공습했고 보복 공격을 불러왔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은 18일(현지 시간) 최근 이란의 잇단 공습 소식을 전하며 그 배경에 대해 이같이 분석했다. WSJ는 “이란의 파키스탄 등에 대한 공격은 자국군의 능력을 과시하려는 시도였으나 파키스탄의 보복 공격으로 그 한계를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후 직접 중동 분쟁에 개입하는 일을 삼가왔으나 최근 이례적으로 인접 3개국을 직접 공격했다. 15일 이라크·시리아에 미사일 공습을 단행한 데 이어 16일에는 파키스탄 발루치스탄주에 있는 이란의 수니파 분리주의 무장 조직 근거지를 공격했다.
이 같은 공격은 국내외 정치적 목적이 크다고 외신들은 지적했다. 특히 이달 초 국민 영웅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사령관의 4주기 추모식에서 벌어진 폭탄 테러로 100명 가까이 숨지자 전 국민적으로 보복 요구가 커졌고 자국의 영향력을 보여줘야 했다는 얘기다. 유라시아그룹의 그레고리 브루 분석가는 로이터통신에 “이란의 파키스탄 공습은 가자지구에서 시작된 위기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려는 결의를 동맹과 적 모두에 알리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시리아 특사를 지낸 조엘 레이번은 WSJ에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메시지”라며 “직접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원하기만 하면 누구든 표적으로 삼을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파키스탄 접경 지대에 있는 무장 세력을 타깃으로 삼았고 파키스탄 공습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파키스탄이 국내 정치·경제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보복 공습에 나섰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파키스탄 공습이 우호적이던 양국 관계를 손상시킬 가능성이 있다”며 “긴장 상태인 중동 지역에서는 계산 착오 한 번도 위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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