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TSMC가 지난해 4분기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선보인 덕분에 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 반도체주도 덩달아 급등했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각각 4.18%, 3.74% 올라 시가총액 상위 30개 종목 가운데 나란히 1·2위의 상승 폭을 기록했다.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제주반도체(080220)가 23.53% 오른 것을 비롯해 HPSP(403870)(8.51%), 주성엔지니어링(7.19%), 한미반도체(042700)(2.67%), DB하이텍(000990)(2.38%), 하나마이크론(067310)(2.40%), 원익IPS(240810)(4.95%), 덕산하이메탈(077360)(5.01%), LB세미콘(061970)(3.29%) 등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관련 업체들도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개별 반도체 종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전기·전자 업종 지수도 전 업종 가운데 가장 높은 2.76%를 기록했고 KRX반도체지수도 3.92% 상승했다. 반도체 종목이 뜀박질하면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도 1.34%, 0.28%씩 올랐다. 특히 이날 코스피 상승률은 올 들어 최고치다.
반도체 업종의 주가 상승을 주도한 투자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외국인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HPSP, 제주반도체를 각각 4795억 원, 1686억 원, 402억 원, 211억 원어치 사들이며 순매수 리스트 최상단에 포진시켰다. 개인과 기관투자가는 이 종목들을 매각해 적극적으로 차익 실현했다.
이날 반도체 관련주가 강세를 나타낸 것은 18일(현지 시간) TSMC가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한 점이 호재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TSMC는 매출 6255억 대만달러(약 26조 7025억 원), 순이익 2383억 대만달러(약 10조 1730억 원)의 실적을 공개해 선방한 성적표를 거머쥐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TSMC는 호실적을 바탕으로 18일 미국 뉴욕 증시에서 9.79%나 뛰어올랐다.
투자 전문가들은 TSMC의 실적을 통해 반도체 업종이 각종 글로벌 악재에도 수요가 버텨주고 있다는 점은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금리, 중동 정세, 대북 안보 리스크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다 반도체 기업 간에도 사업 특성에 따라 실적이 엇갈리는 점을 고려해 투자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승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는 인공지능(AI) 수요가 보다 강력해지며 TSMC의 매출이 20% 이상 신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긍정적인 실적을 낸 TSMC가 10% 가까이 급등하면서 반도체 업황 개선 기대를 자극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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