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현안의 해결을 전제로 하지 않는 회사 경영과 관련된 포괄적인 자문 계약은 알선수재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지난달 28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알선수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1일 밝혔다.
육군 장성 출신인 A씨는 전역 후 2015∼2016년 방위산업체 B사로부터 5594만원을, 기능성 전투화 제조업체 C사로부터 1934만원을 자문 계약에 따른 대가로 받았다. 검찰은 A씨가 정상적인 자문 계약이 아닌 군 관계자에 대한 로비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보고 알선수재 혐의로 기소했다. 현행법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이나 이익을 수수·요구하거나 약속할 경우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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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심은 두 자문 계약 모두 알선수재죄가 성립한다고 보고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그러나 B사 관련 자문 계약은 알선수재로 볼 수 없다며 사건을 파기했다. 대법원은 "자문 계약이 구체적인 현안을 전제하지 않고 업무의 효율성·전문성·경제성을 위해 피고인의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에 바탕을 둔 편의 제공에 대한 대가로서 보수가 지급되는 것이라면 통상의 노무 제공 행위로 알선수재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어 "피고인과 B사 사이에 체결된 계약은 경영일반에 관한 자문용역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보수를 지급받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A씨가 맺은 자문 계약은 사실상 B사의 사업 전반에 관한 것이라서 구체적인 현안의 해결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보기 어렵고, 대가로 지급된 보수도 회사 내부 규정에 따른 것이며 알선행위의 대가로 보기에는 적은 수준이라는 점이 근거가 됐다.
다만, A씨가 C사와 맺은 자문 계약은 알선수재죄에 해당한다고 봤고 이외에 수뢰후부정처사·뇌물공여 등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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