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조선사들이 친환경 선박 중심의 ‘선별 수주’ 전략을 취하는 가운데 메탄올보다는 LNG·LPG연료 추진선 수주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불어나는 상선 수주 잔액으로 도크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친환경 연료 추진선 중에서도 수익성이 높은 선박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기술력이 낮은 것으로 평가돼 중국의 거센 수주가 이어지는 메탄올 추진선 시장에서는 한발 물러나는 모양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이후 국내 조선사들은 단 한 건의 메탄올 추진 선박도 수주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내 조선사들이 중국·일본을 제치고 전 세계 메탄올 추진 컨테이너선 수주의 60% 이상을 책임졌던 것과는 대비된다. 실제 지난해는 삼성중공업이 대만 해운선사 ‘에버그린’으로부터 1만 6000TEU급 16척을, 현대삼호중공업이 프랑스의 ‘CMA CGM’으로부터 1만 3000TEU급 12척의 메탄올 추진선을 대규모 수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수주 전략이 바뀐 것이다.
조선사들은 두 가지 이유를 꼽는다. 먼저 친환경 연료를 엔진으로 한 선박 중 고부가가치선 중심의 ‘옥석 가리기’를 하고 있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조선사들이 향후 3~4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다 보니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선박 제조를 위한 도크까지 꽉 찼다”며 “이런 상황에서 메탄올 추진선보다 선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LNG·LPG 추진선에 더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년 12월 말 기준으로 메탄올 추진 선박을 수주한 경험이 있는 HD한국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수주 잔량은 585척으로 조선 업계의 수주 호황이 본격화된 2021년(494척)과 2022년(568척) 이후에도 물량은 쌓이고 있다.
메탄올 엔진의 기술장벽이 LNG·LPG 추진선보다 상대적으로 낮다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가격을 무기로 중국이 금세 치고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이다. LNG는 매우 낮은 온도(-163도)에서 액체 상태를 유지해야 하는 만큼 화물창 등 저장 시스템이 필요한 반면 메탄올은 상온에서 액체 상태로 유지하기 때문에 저장 및 운반에 필요한 부가적인 설비가 필요 없다. 상대적으로 기술력이 부족한 중국 조선사들도 저가 경쟁력을 앞세워 수주에 적극적인 것이다. 우리 조선사들이 메탄올 추진선 수주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지난 6개월간 중국 조선사들은 컨테이너선 외에도 탱커선·벌크선 등 40여 척을 싹쓸이했다.
우리 조선사들은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연초부터 현대중공업이 LPG 이중연료 추진 엔진이 탑재된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 2척을 수주하는 등 올해도 국내 조선사들의 LNG·LPG 추진선 수주 낭보는 이어지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메탄올 추진선 수요가 세계적으로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여전히 친환경 연료 시장에서는 LNG 추진선 비중이 절대적”이라며 “메탄올 추진선 수주를 못하는 것이 아닌 안 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에 중국의 잇따른 수주도 위협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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