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알보다 작은 입자가 첨단산업 곳곳에 쓰이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18일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삼양화학연구소에서 만난 김민준 센터장은 반도체용 이온교환수지를 들어보이며 이같이 말했다.
삼양사(145990)가 국내 최초이자 유일하게 개발하고 있는 이온교환수지는 0.3~1㎜ 내외 알갱이 형태의 합성수지로 스펀지처럼 특정 물질을 빨아들여 정제하는 용도로 활용된다. 삼양사는 1976년 울산 제당공장에서 설탕을 더 하얗게 만들 용도로 처음 이온교환수지를 개발했다. 이후 꾸준한 투자를 통해 2011년에는 초순수용 이온교환수지 개발에 성공하면서 반도체 정제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초순수는 전해질은 물론 각종 불순물을 제거해 이온 함유량이 0%에 가까운 극도로 순수한 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정밀 전자제품 생산 시 세정 작업에 필수적으로 사용한다. 불순물을 분리하는 이온교환수지는 초순수를 만드는 핵심 필수품이다. 김 센터장은 “정부가 미국·일본 등 해외 기업에 의존하고 있는 초순수의 국산화를 추진하고 있다”며 “우리도 국책 사업에 공동 참여해 반도체 기업에 초순수용 이온교환수지를 공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온교환수지의 경쟁력은 균일함이다. 최적화된 사이즈로 균일해야 빠른 속도로 일정한 반응 값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용 수명도 일반 수처리 등에 사용되는 비균일 이온교환수지 대비 1.5배 늘어난다. 현미경으로 이온교환수지를 들여다보자 그래픽으로 착각할 만큼 균일한 입자가 격자 무늬로 촘촘하게 나열돼 있었다. 김 센터장은 “입자가 깨진 곳은 없는지 확인해서 하나라도 문제가 있다면 바로 폐기 처분한다”고 말했다.
만들기 까다로운 만큼 균일계 이온교환수지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은 삼양을 포함해 전 세계 5곳에 불과하다. 균일계 이온교환수지는 반도체 생산뿐만 아니라 원자력발전소용, 식품 및 의약품 정제, 촉매 등 프리미엄 제품으로 쓰인다. 삼양사는 2016년 군산에 아시아 최대 규모의 균일계 이온교환수지 전용 공장을 준공해 프리미엄 이온교환수지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프리미엄 제품이 이온교환수지 전체 매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며 “군산공장을 증설해 2025년 매출 1000억 원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양은 현재 200여 종의 이온교환수지를 개발해 전 세계 50개국 400개 기업에 판매하고 있다. 외산이 지배하고 있는 국내 시장 점유율을 기존 40%에서 50% 이상으로 확대하는 것이 목표다.
프리미엄 시장 확대를 위한 신사업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2021년에는 수소차 연료 필터에 필수적인 이온교환수지 개발을 마치고 사용화해 국내 완성차 업계에 공급하고 있다. 현재는 전기차 폐배터리 재활용시 리튬 회수에 필요한 이온교환수지를 개발하고 있다. 김 센터장은 “지난해부터 배터리 재활용 업체들과 고객사 맞춤형 이온교환수지 개발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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