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규제 개혁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도입한 규제비용감축제가 편익 계산의 문제 등으로 삐걱대고 있다. 도입 2년 만에 비용 편익이 당초 목표의 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부진한 성과를 낸 것이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를 위한 근거로 편익을 도식화하는 것은 현재와 같은 문제를 유발하는 만큼 규제 철폐 시스템을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22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총 379개의 규제를 완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폐지하거나 완화한 규제의 수만 놓고 보면 2022년(194개)의 2배에 달한다. 이를 통해 얻은 편익은 132억 5000만 원이었다.
규제비용감축제는 각 부처에서 규제를 신설하는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비용의 2배에 해당하는 편익이 발생할 수 있도록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해야 하는 제도다. 규제 하나를 만들어 100만 원의 비용이 더 들게 됐다면 다른 규제를 없애 200만 원의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미다. 정부는 이 제도에 따라 비용증가분(Cost-in)과 비용감소분(Cost-out)을 부처별 계정에 적립해 관리한다. 윤석열 정부는 2022년 6월 새 정부 출범을 맞아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이 제도를 도입한다고 발표했고 이듬해인 2023년부터 시행했다.
산업부의 지난해 편익 수치는 다음 달께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검증하고 산업부가 이를 입증하는 절차를 거친 뒤 3월께 편익 금액으로 확정된다. 아직 잠정치이지만 비용 편익은 산업부의 당초 목표에 한참 못 미친다. 산업부의 당초 목표는 이보다 높았다. 산업부는 앞서 2022년 하반기 규제 3개를 폐지·완화해 206억 원 상당의 편익이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에는 폐지한 규제가 이보다 훨씬 많지만 편익은 이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규제 전문가들은 이와 관련해 규제비용감축제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편익을 계산하는 것 자체가 난도가 높고 자의성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한 규제 관련 전문가는 “수백 개의 규제를 폐지·완화해도 편익 계산이 가능한 경우는 5개 내외에 불과할 것”이라며 “어떤 규제를 폐지했을 때 얼마의 편익이 발생할지 검증하는 기간이 오래 걸릴 뿐 아니라 자료 해석의 난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또 한 가지 문제점은 비용은 비교적 수월하게 소요액을 책정할 수 있지만 편익은 규제가 폐지됐을 경우를 가정해야 해 계산이 어렵다는 점이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명확하게 편익이 얼마 발생한다고 하기 굉장히 어렵고 금액적으로 확정하기도 쉽지가 않다”며 “여러 조건과 환경이 다양해 명확한 수치로 말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핵심 규제를 철폐하기 위해서는 규제비용감축제 대신에 네거티브 규제 전환 등 시스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는 “편익 계산의 한계는 가정에 기반한다는 점”이라며 “계산이 어려운 것은 당연하고 계산하는 사람의 의도가 개입될 가능성도 있다”며 한계를 짚었다. 이어 “사회적으로 ‘안 되는 것 말고는 다 되는 식’의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으로 바꿔야 하는데 현재는 그 반대”라며 “편익을 계산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규제가 경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면 일단 허용부터 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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