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4월부터 한국거래소 자체 시스템으로 야간 12시간 동안 추가적으로 선물·옵션을 매매할 수 있게 된다. 외국인투자가들의 헤지(위험 분산) 수요를 적극 수용해 전반적인 증시 활성화를 꾀하겠다는 목적이다.
22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거래소는 다음 달 28일까지 파생상품 야간 시장 시스템 구축 사업자를 모집한다. 거래소는 파생상품 야간 시장 시스템 기반 구축에 217억 4800만 원, 프로젝트 수립(PMO)에 14억 5000만 원, 사업 감리 작업에 5억 9000만 원 등 총 237억 8800만 원의 사업비를 책정했다.
거래소는 3월 관련 사업 계약을 맺은 뒤 기한을 최대한 앞당겨 내년 4월에는 자체 파생상품 야간 시장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거래 가능 시간은 현 유럽파생상품거래소 유렉스(EUREX) 연계 거래와 동일하게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6시까지 총 12시간으로 설정할 예정이다. 거래소의 낮 시간대 정규 거래 시간이 오전 8시 45분~오후 3시 45분으로 총 7시간인 점을 감안하면 하루 24시간 가운데 19시간 동안 파생상품을 매매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거래소는 앞서 지난해 7월 31일에도 야간에 발생하는 해외 변수를 선물 시장에 미리 반영할 의도로 파생 정규 개장 시간을 오전 9시에서 8시 45분으로 15분 더 당긴 바 있다.
거래소가 자체 야간 파생 시장 개설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나선 것은 외국인 투자 편의성을 높여 현물 시장까지 활성화하겠다는 복안에 따른 것이다. 현물과 달리 코스피200 선물·옵션 등 파생상품은 개인투자자보다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이 헤지 용도로 주로 거래하는 편이다. 이번 사업은 외국인 투자를 적극 유치해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현상)’를 해소하겠다는 현 정부의 국정 철학에도 발맞춘 조치이기도 하다.
현재 파생상품 야간 거래는 독일거래소그룹 산하 유렉스와 연계해 이뤄진다. 2020년까지는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와 연계하다가 2021년부터 유렉스로 이전했다. 코스피200지수에서 차지하는 삼성전자(005930) 비중이 30%를 넘으면서 미국 법규의 제한을 받게 돼 관련 선물 거래가 중단된 탓이었다. 거래소의 한 고위 관계자는 “본래 올해 안에 도입할 예정이었던 시스템인 만큼 내년 2분기 안에서도 최대한 시기를 당길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