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모리반도체 시장에 불어오는 훈풍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주요 메모리 업체의 감산 전략에도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DDR5·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 제품 주문이 늘어난 데다 패키징 표준화, 확장현실(XR) 시장 개화에 따라 수요 증가 여력이 더욱 높아졌기 때문이다. 메모리 가격 역시 올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22일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D램과 낸드플래시 제품의 평균판매가격(ASP)이 연내 지속적으로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1분기는 D램 고정거래가격이 전 분기 대비 13~18%, 낸드는 18~23% 오르며 큰 폭의 가격 상승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D램 가격은 지난해 10월 15.38% 뛰며 2021년 7월(7.89% 상승) 이후 2년 3개월 만에 반등한 후 3개월 연속 상승 흐름이 지속되고 있다.
유의미한 수요 훈풍이 불어온 곳은 생성형 AI에 필수적인 고부가 제품과 모바일 시장이다. 스마트폰 신제품이 대거 출시되고 최대 시장인 중국에서 수요가 빠르게 회복되면서 재고 조정을 마친 스마트폰 업체들이 D램을 다시 활발하게 사들이고 있다. 지난해 말 일부 모바일 메모리의 경우 패닉바잉(공황매수) 구매 패턴도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는 하반기부터는 전통적인 전자 업계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계속 부진했던 서버 부문에서도 메모리 재고 비축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중장기적으로는 온디바이스 AI·XR기기 등 D램의 새로운 수요처도 늘어나고 있다.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감산 전략 수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전반적으로는 감산 정책을 유지하더라도 생산량 감소 폭이나 감산 제품군을 줄이는 방식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
SK하이닉스는 2022년 4분기부터 감산에 돌입했고 삼성전자도 지난해 4월 감산을 공식화했다. 업계에서는 양 사가 D램 25%, 낸드에서는 45% 수준의 감산을 시행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CES 2024 간담회에서 “최근 시황이 개선될 조짐이 보여서 일부 수요가 많은 제품들은 최대한 생산하고 수요가 취약한 제품은 조절을 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D램의 경우 1분기에 감산 정책에 변화를 주고 낸드는 2~3분기 수요를 확인한 후 감산 전략 변화를 고려하겠다는 계획도 언급했다. 삼성전자도 HBM 설비 투자를 2.5배로 늘리는 등 고부가 제품 위주로 생산량 증가 방침을 시사했다. 감산 변화 기조를 이달 말 실적 발표에서 비출 가능성도 있다. SK하이닉스는 25일, 삼성전자는 31일 컨퍼런스콜을 통해 지난해 실적과 올해 전망을 발표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