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항마’로 주목받던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21일(현지 시간) 전격 사퇴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를 선언하면서 뉴햄프셔주 경선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니키 헤일리 전 주유엔 대사의 양자 구도로 좁혀진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대세론이 굳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날 소셜미디어 X(옛 트위터)를 통해 “공화당 경선에 참여하는 유권자의 다수가 트럼프에게 다시 기회를 주고 싶어한다는 게 명확해졌다”며 공식 사퇴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2022년 11월 플로리다 주지사 재선에 성공해 전국적 인지도를 쌓았다. 하지만 지난해 5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그늘에 가려 지지율이 답보 상태를 나타냈고 뚜렷한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한다는 평가 속에 결국 경선 레이스에서 하차하게 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헤일리 전 대사 모두 디샌티스 주지사의 사퇴 소식을 반겼지만 그의 사퇴가 헤일리 전 대사에게는 ‘악재’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선거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CNN이 실시한 뉴햄프셔 여론조사를 보면 디샌티스 주지사 지지자 중 62%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두 번째로 선호한다고 답했으며 헤일리 전 대사를 지지하는 비율은 30%에 그쳤다.
앞서 이달 초 CNN 여론조사에서 헤일리 전 대사는 32%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39%)을 7%포인트 차이로 추격했다. 17일 아메리칸리서치그룹의 뉴햄프셔 조사에서는 헤일리 전 대사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40%로 동일했다. 하지만 이날 CNN과 뉴햄프셔대가 내놓은 여론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50%로 헤일리 전 대사(39%)를 11%포인트 앞서며 격차를 벌리는 양상이다. 미국 전역을 대상으로 한 지지율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60%를 넘어 10%대 초반인 헤일리 전 대사를 50%포인트나 앞섰다.
디샌티스 주지사에 앞서 공화당 경선의 유일한 흑인 후보였던 팀 스콧 공화당 상원의원과 기업가 출신인 비벡 라마스와미 등도 모두 트럼프 지지를 선언했다. 공화당 선거 전략가인 마이크 데니히는 “디샌티스의 하차로 트럼프가 이제 뉴햄프셔에서 60%의 득표율을 얻을 가능성이 생겼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이오와주에서 압승한 데 이어 뉴햄프셔에서도 과반 득표를 하면 헤일리 전 대사는 당 내에서 거센 사퇴 압박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로는 스콧 의원과 라마스와미를 비롯해 엘리스 스터파닉 하원의원,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 등 여성 정치인들이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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