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생명(085620) 주가가 지난해 말부터 완만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미래에셋생명 지분을 확대하고 나섰다. 회사 측은 단순한 저가 매수라는 주장이지만 미래에셋그룹이 미래에셋생명을 공개매수한 후 상장폐지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할 수 있다는 전망이 계속되면서 시장은 실현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3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이달 5일부터 22일 사이 미래에셋생명 주식 55만 5672주(0.31%)를 장내 매입했다고 공시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부터 꾸준히 미래에셋생명 지분을 사들여 지분율도 당시 9.19%에서 현재 12.87%까지 뛰어 올랐다. 미래에셋그룹의 또 다른 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도 지난해 미래에셋생명 지분율을 0.73%에서 4.27%로 대폭 확대했다. 미래에셋컨설팅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지난해 7월과 10월 미래에셋생명에 대한 출자금을 150억 원에서 200억 원으로, 150억 원에서 350억 원으로 각각 올려 잡았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는 미래에셋그룹의 미래에셋생명 공개매수 후 완전 자회사 편입 과정의 일환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저출산과 고령화, 고금리 등 악재가 겹치며 미래 성장이 불투명한 생명보험 업계의 현실을 감안해 차라리 그룹의 완전 자회사로 편입해 효율화를 추구하는 게 더 나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래에셋생명 주가는 지난해 11월 초만 해도 5000원대 초반이었지만 이날 4455원에 거래를 마쳤다. 주가를 순자산가치로 나눈 주가수익비율(PBR)은 0.19 수준이다. PBR 1 미만은 시가총액이 회사를 청산한 가치보다 낮은 상태로, 그룹 차원에서는 미래에셋생명의 경영에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2022년 메리츠금융지주(138040)가 메리츠화재를 완전 자회사로 편입하고 상장폐지한 후 주가가 급등한 사례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지주와 화재·증권 3사 합병을 발표하면서 주주 환원책을 동시에 내놓고 실적 개선까지 이뤄내며 지난해에만 38.4% 상승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메리츠금융지주가 하나금융지주는 물론 국내 최대 보험사 삼성생명의 시가총액을 연내에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금융지주사들이 이른바 ‘쪼개기 상장’으로 제대로 된 가치평가를 받지 못하는데 여기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평가다.
다만 미래에셋 측은 미래에셋생명의 완전 자회사 편입 계획은 사실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관계자는 “미래에셋생명 주가가 매우 저평가된 상황이라 지속적인 저가 매수를 할 계획”이라며 “향후 미래에셋생명에 대한 공개매수나 상장폐지 계획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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