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소속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이 발달장애인 부모를 향해 “안 낳아야 하는데 왜 낳았노”라고 발언해 논란을 자초한 뒤 공식 사과했다. 그러나 장애인부모회 측은 “발달장애인 부모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며 반발했다.
22일 오 구청장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힘든 여건 속에서도 자녀분들을 마음으로 돌보시는 장애인 부모님들의 너무나 안타까운 상황에 공감하며 감정이 북받쳐서 경솔한 발언을 했다”며 “앞으로 언행에 신중히 하여 장애 가족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상처가 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그는 “국가와 사회의 부족한 지원 속에서도 항상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책임감과 아이의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안 등 가족들의 고생을 잘 알기에 감정이 북받쳐 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어 “평소 장애인의 최소한 권리가 보장되고 자립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관심과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고 현 제도상의 정책적 지원이 미흡하다고 생각한다”며 “구청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장애인과 가족 여러분의 제도개선에 앞장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오 구청장은 지난 17일 강서구·북구 합동 기자 간담회에서 평생교육센터 존치와 관련된 이야기를 나눴다. 이 센터는 발달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평생교육기관이다.
이 자리에서 김형찬 강서구청장이 “발달장애인 부모들은 평생 희생하며 살아간다. 부모들이 무슨 잘못이 있냐”고 말하자 오 구청장은 “죄가 있다면 안 낳아야 하는데 왜 낳았노”라고 말했다.
오 구청장은 비하 의도가 없었다고 사과했지만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도우경 부산장애인부모회 회장은 이날 “발달장애인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말인데 어떻게 폄훼가 아닐 수 있는지 질문하고 싶다”며 “이 말을 바꾸면 발달장애인은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는 게 제일 좋은 거라고 말한 것 아닌가”라고 MBC라디오를 통해 반박했다.
그러면서 “(오 구청장의) 해명은 선의도 아니고 연민도 아니고 오히려 발달장애인 부모의 가슴에 비수를 꽂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점차 확산되자 오 구청장은 부산장애인부모회 측에 ‘비하 의도는 없었다’는 취지의 사과문을 보냈다. 그는 사과문에서 “아픈 아이를 낳고 싶어서 낳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 부모들이 많이 힘드실 테니 아이가 안 아팠다면 좋았을 텐데 가슴이 아프다는 뜻이었다”며 “결코 장애인분들을 폄훼하거나 안 좋게 말하려던 의도가 아니었다”고 재차 해명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오 구청장의 제명과 사퇴를 요구하며 공세에 나섰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브리핑에서 “발달장애인 부모에게 ‘장애가 있는 자식을 낳은 죄인’이라는 칼을 꽂았다. 자식을 낳아 기르려 애쓰는 것이 부모의 죄가 되는가”라며 “최소한의 인격과 개념도 팔아먹은 채 장애혐오 비하에 앞장서는 ‘약자테러범’ 오 구청장의 후안무치에 분노를 참을 길이 없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오태원 부산 북구청장을 국민의힘에서 제명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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