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소통 전문가로 막 50대에 접어든 김창옥 김창옥아카데미 대표가 기억력 감퇴를 우려하며 “알츠하이머 유전자가 있다”고 밝혔다. 다행히 치매가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많은 사람의 걱정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병원에서 뇌 질환을 진단할 때는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 뇌의 정보를 분석한다. 문진보다 객관성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동과 청소년의 진로·적성 지도나 기업 임직원의 능력·성향 파악 시에도 뇌 정보를 측정하면 과학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뇌 정보 측정 과정을 보면 우선 뇌의 구조·기능·연결을 보여주는 영상 정보를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한다. 뇌에 영향을 미치는 인구통계 정보도 접목한다. 요즘에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뇌 정보를 정확히 측정, 적성·경력 지도에 참고하도록 하고 뇌 질환도 경고하는 서비스가 나왔다. 특히 뇌 발달 과정에 있는 아동·청소년기에 뇌를 정확히 측정하면 효과적이다. 자폐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우울증, 치매 등 뇌 질환이 처음 발생하는 평균 연령은 14세다.
한국뇌연구원의 경우 소아·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위한 AI 학습 데이터를 구축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대병원, 한양대병원, 경북대병원 등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소아·청소년의 정신 건강을 위한 심리검사와 영상 AI 데이터를 확보했다. 정민영 뇌연구원 박사는 “400명의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MRI를 찍어 우울증, 스마트폰 중독과 관련된 뇌 영역을 찾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나중에 서비스를 하게 되면 정신 건강 관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뇌연구원은 산학연병 국제 공동 연구를 통해 장기적으로 맞춤형 뇌 디지털 치료제 개발에도 나서기로 했다. 이를 위해 지난해 서울경제신문이 주최한 ‘서울포럼 2023’의 특별 포럼 중 하나로 열린 ‘뇌포럼’에 참여한 숀 파텔 미국 리액트뉴로 대표 등과 뇌 건강 대중화에 나서기로 했다.
뇌 분석 AI를 일반인에게 적용하거나 병원의 보조 의료기기로 쓰게 하려는 곳도 있다. 이대열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블룸버그 특훈교수가 서울에서 공동 창업한 뉴로게이저의 경우 국내 10~15세 아동·청소년의 뇌 지도를 만든 데 이어 AI 뇌 측정 서비스에 들어갔다. 30억 원의 MRI 기기도 확보했다. 뇌 데이터를 통해 청소년의 학업 능력, 적성, 특기, 정신 건강 상태를 분석한다. 앞서 이 회사는 600명의 아동·청소년 뇌 데이터를 MRI로 찍어 노하우를 쌓았다. 점차 청년·중장년층의 뇌 질환 컨설팅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이 특훈교수는 “뇌 데이터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으나 미국 국립보건원(NIH)이 주도한 인간커넥톰프로젝트(HCP) 경우 아동·청소년 데이터 중 동양인은 100명 미만이었다”고 전했다.
앞서 이 특훈교수가 개발한 뇌 질환 진단 AI의 경우 치매 진단은 93%, 자폐증은 77%, ADHD는 71%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흥열 뉴로게이저 대표는 “더 많은 데이터를 사용하면 정확도가 90% 이상으로 오를 것”이라며 “뇌 질환 진단에 관해 객관적인 표준을 제시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 밖에 일본 아라야의 경우 AI 기반 뇌 영상으로 피로 감정의 정도를 평가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도요타와는 얼굴 표정과 뇌파를 통한 졸음운전 예방 연구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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