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지수(IQ) 검사와 마이어스브릭스유형지표(MBTI) 검사는 문답 조사라는 한계가 있죠. 이제는 뇌 데이터를 정확히 측정해 맞춤형으로 적성과 질환을 분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대열 미국 존스홉킨스대 의대 블룸버그 특훈교수는 24일 볼티모어 연구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화상 인터뷰를 갖고 “자기공명영상(MRI)으로 뇌 데이터를 확보한 뒤 인공지능(AI)으로 분석하는 솔루션을 선도적으로 선보였다”며 “미국 등 세계적으로 10년이 안 된 분야를 선도한다는 자부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존스홉킨스대 블룸버그 특훈교수로서 의대와 문리대 교수를 겸하고 있다. 그전에는 예일대 석좌교수로 근무했다. 현재 볼티모어 연구실과 2014년 서울에서 창업한 뉴로게이저 미국법인에서 연구개발(R&D)에 주력하고 있다.
학부 때 경제학을 전공한 뒤 석박사 과정에서 뇌 연구로 전환한 그는 “당초 사람이 어떻게 의사 결정을 하는지 관심을 갖고 뇌 연구를 했다”며 “뇌 과학은 여전히 미개척 영역이 많아 미국·유럽 등 세계적인 뇌 과학 연구실과 협업해 문제를 해결한다”고 했다. 그는 ‘신경경제학의 창시자’로 불리며 뇌의 의사 결정 과정과 전전두엽 연구를 해왔다.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능력 차이와 다양한 정신 건강 문제는 모두 뇌에서 비롯된다. 이 특훈교수가 국내 10~15세 아동·청소년 600명의 뇌 데이터를 MRI로 찍어 AI를 통해 부위별 발달 현황과 연결 상태, 기능적 활성화에 관한 영상 이미지를 분석한 게 이 때문이다. 이를 통해 중요한 뇌 기능을 연결해 어느 부위가 활성화되는지 분석이 가능하다. 이때 뇌의 각종 데이터를 재구성해 수치화를 통해 자체적으로 만든 200여 개 모델과 비교해 측정한다. 이 과정에서 많은 비용과 연구 인력이 소요됐다. 이 특훈교수는 “언어·수리·과학 등 학업 성취 능력, 성격, 적성을 분석해 아동·청소년의 진로 계획에 참고하도록 하고 뇌의 위험 지표 등 뇌 건강 정보도 제공할 수 있게 됐다”며 “미국·유럽 등 세계 유수 연구자들과 공동 연구 중인데 현지 병원과도 제휴해 좀 시간을 갖고 인종과 나이, 사람마다 다른 뇌 데이터를 확보, 미국 진출도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일론 머스크의 뇌신경과학 회사인 뉴럴링크와 관련해 “5년 내 휠체어에 앉은 환자에게 전기신호를 줘 로봇팔을 움직이게 하거나 파킨슨·우울증 치료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저희 연구실도 뇌 신경신호에 대한 분석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브레인 칩·임플란트 분야에도 진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특훈교수는 “존스홉킨스대 의대 교수가 2000여 명인데 임상의사, 기초학문 연구자, 창업가가 골고루 섞여 있다”며 “연구하고 환자도 보며 10억 달러 이상 가치가 있는 유니콘을 창업한 교수들도 많다. 한국의 의대도 임상의사 중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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