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텍사스주는 삼성전자(005930)의 반도체 신(新) 공장과 테슬라 기가팩토리가 들어서면서 첨단 제조업 허브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이곳에 처음 진출하는 반도체, 전기차 소재·부품·장비 회사들이 인·허가 등 복잡한 절차를 쉽게 해결할 수 있도록 산업단지를 세우려 합니다.”
남인봉 아이마켓코리아(122900) 대표는 24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본업인 산업자재 유통(MRO) 분야 노하우를 기반으로 산업단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아이마켓코리아는 연 매출 3조 원대의 국내 최대 MRO 기업으로 20년 이상 고객사가 필요로 하는 설비자재·건자재 등 각종 물품을 공급하는 사업을 주로 해왔다. 기업소비자간거래(B2C)가 아닌 기업간거래(B2B) 커머스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산업단지 또한 기업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것’을 조달해준다는 회사 목표 아래 미국 진출을 희망하는 소부장 기업의 공장 부지 및 시설을 마련해주는 신 사업인 셈이다. 남 대표는 “최근 회사 슬로건을 ‘당신이 상상한대로 우리는 공급한다(you imagine we supply)’로 바꾸고 자재 중심의 공급 구조를 확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단지는 이르면 올해 말 착공을 목표로 삼성전자가 새로운 파운드리 공장을 짓고 있는 테일러시에 자리 잡을 예정이다. 총 86만㎡(약 26만평) 부지 규모로 최대 50여곳의 회사가 입주할 수 있다. 이곳에선 물류부터 중공업까지 대부분의 산업 시설 개발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테일러 공장에서 8㎞, 삼성전자 오스틴 반도체 공장에서 40㎞, 테슬라 기가팩토리에서 55㎞ 떨어져 있다. 차량 기준으로 각각 5분, 30분, 40분 거리에 불과하다.
남 대표는 자사 산업단지의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공유형 시설을 꼽았다. 입주하는 개별 회사들이 투자 비용을 아낄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남 대표는 “반도체 생산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청정 공간인 클린룸을 각 회사마다 설치하기엔 부담이 크다”면서 “산업단지 안에 다양한 공유 시설을 두는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산업단지는 입주사 간 구획이 철저하게 나눠져 있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산업단지를 발판으로 미국 시장은 아이마켓코리아의 신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현지 생산에 우대 혜택을 주는 조 바이든 정부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으로 복귀하는 ‘오프쇼어링’ 현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남 대표는 “미국 최대 MRO 업체인 그레인저의 실적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연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면서 “북미 지역으로 제조업 쏠림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미국에서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마켓코리아의 또 다른 신 사업은 국제물류 분야다. 이를 위해 아이마켓코리아는 지난해 국제 운송 전문업체 비투엘물류(BTL)를 인수했다. 비투엘물류는 국제 운송을 기반으로 해외 법인 8개와 국내외 다수의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아이마켓코리아는 베트남·중국·미국·헝가리 등 해외 주요 거점의 물류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남 대표는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미국 아마존의 성공 방정식을 거론하며 꾸준한 성장을 이뤄내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그는 “아마존 창업자인 제프 베이조스의 지론에 따라 커머스 플랫폼은 상품의 다양성, 합리적인 가격, 좋은 딜리버리(배송) 등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면서 “고객사와의 신뢰 관계를 기반으로 기업의 구매 비용 절감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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