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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5배 뛴 HBM…"매년 60% 성장" 올 생산규모는 2배로

■SK하이닉스 '메모리 3강' 중 첫 적자 탈출

AI메모리 등 맞춤형 D램 공급 주효

서버용은 256GB 초고용량 공략

지난해 재고 21% 줄여 가격 개선

공정 전환 '핀셋투자'로 수익 집중

"낸드플래시 사업도 정상화 국면 진입"





SK하이닉스의 지난해 4분기 흑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초고성능 D램 제품군이 이끌었다. 유례없는 반도체 수요 부진 속에서도 엔비디아 등 세계적인 인공지능(AI) 반도체 회사에 각 회사가 원하는 맞춤형 D램을 공급하면서 반등에 성공한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에도 AI 메모리를 앞세워 회복세에 들어선 시장 분위기와 보폭을 맞춘다. 과감한 설비투자를 집행하는 대신 보수적 기조 속 공정 전환, 유휴 공간 활용 등의 ‘핀셋 투자’로 수익성 확보에 집중할 예정이다.

25일 SK하이닉스는 지난해 4분기 3460억 원 영업이익을 거두면서 1년 만에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을 포함한 세계 메모리 3강 업체들이 일제히 적자 국면으로 돌아선 후 가장 먼저 적자 탈출 소식을 알린 기업이 됐다.

SK하이닉스가 경쟁사보다 빠르게 적자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던 주요한 이유는 고성능 메모리 제품군의 약진이다. 특히 HBM은 SK하이닉스의 ‘효자’ 품목이 됐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HBM3 매출은 전년 대비 5배 이상 증가했고 AI 메모리 핵심 제품인 HBM 시장에서 선도 업체로서 위상을 확고히 했다”고 말했다.

HBM은 AI 시대에 각광받는 특수 메모리다. 여러 개의 D램을 쌓고 데이터 출입구 수를 대폭 늘려 연산장치의 데이터 처리를 빠르게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SK하이닉스는 이 시장에서 50% 이상의 점유율로 시장 1위를 수성했다. 지난해 매스리플로-몰디드언더필(MR-MUF)라는 독자 제조 기술을 HBM3에 적용하면서 시장 리더십을 잡기 시작했다. AI 반도체 1위 회사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에 선수금을 지금했을 정도로 회사 HBM 구매에 진심이다.

SK하이닉스는 DDR5 시장에서도 상당한 우위를 점했다. SK하이닉스는 서버용 D램 중에서도 초고용량인 128GB DDR5 D램 시장에서 독보적 점유율을 차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에는 256GB D램 수요를 확인하고 고객사에 적기 공급을 추진할 계획이다. D램 사업의 3대 축인 모바일 시장에서도 매출이 나올 만한 시장을 공략했다. SK하이닉스는 정보처리 속도를 극대화한 모바일 D램 ‘LPDDR5T’ 제품을 지난해 11월 세계에서 처음으로 상용화해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에 납품했다.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와 시황 개선이 맞물려 재고 역시 줄고 있다. SK하이닉스의 올 4분기 재고자산은 13조 4810억 원으로 재고가 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1분기(17조 1820억 원)보다 21.54% 감소했다.



김규현 SK하이닉스 D램 마케팅 담당은 “하반기부터 의미 있는 수준으로 재고가 줄어들면서 D램의 가격이 개선되기 시작했다”며 “올해 말에는 재고가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2025년까지 이 추세가 유지될 가능성을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흑자 전환에 시황 회복세까지 확인했지만 설비투자에는 신중한 입장이다. 회사는 과거처럼 시황 회복에 맞춘 공격적 투자로 공급과잉을 초래하는 업황 사이클을 만들지 않도록 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전년 설비투자액인 19조 원 대비 50% 이상 깎은 돈을 투입했다. 올해의 경우 지난해보다는 투자 비용을 소폭 올리겠지만 보수적인 기조는 그대로 가져가겠다고 설명했다. 대신 수익성이 많이 남는 초고용량·고성능 D램 생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해 수익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HBM 라인 생산 규모는 전년 대비 2배 올리기로 했고 10㎚(나노미터·10억 분의 1m)급 5세대 D램 생산량을 늘린다. 최신 공장인 이천 M16, 청주 M15 유휴 공간을 적극 활용한다. 또한 SK하이닉스의 D램 거점인 우시 공장은 첨단 D램군에 속하는 10㎚급 4세대 제품으로 공정 전환할 예정이다. ★본지 1월 13일자 1·3면 참조

지난해 단행했던 뼈를 깎는 감산 정책 역시 점진적 조정을 시사했다. 아직 가격 조정이 필요한 구형 D램, 낸드플래시는 감산 기조를 이어가지만 고부가가치 제품의 생산량은 늘려나가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이와 함께 불황이었던 낸드플래시 사업도 점차 정상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봤다. 지난해 4분기에는 낸드플래시의 평균거래가격(ASP)이 전 분기보다 40% 증가했다.

김석 SK하이닉스 낸드마케팅 담당은 “지난해 4분기부터 ASP 상승에 따라 수익성 개선이 본격화되고 있다”며 “투자 최적화와 수익성 확보를 낸드 사업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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