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 이동통신(5G) 28㎓(기가헤르츠) 주파수 대역을 할당받을 신규 기간통신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주파수 경매가 3파전에서 2파전으로 좁혀졌다. 경쟁자는 줄었지만 남은 후보들도 입찰가를 올리는 데 신중한 태도를 보여 당초 조기에 결판이 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다음주까지 최대한 천천히 낙찰가에 도달하는 마라톤 승부가 펼쳐질 가능성이 점쳐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5일 서울 송파구 IT벤처타워에서 세종텔레콤, 스테이지엑스컨소시엄, 마이모바일 등 제4이통사 후보 업체 3곳을 대상으로 28㎓ 주파수 경매를 진행한 결과 세종텔레콤이 중도 포기했다고 밝혔다. 세종텔레콤은 “주파수 가격 상승에 따른 사업 수익성 및 시장 경쟁 악화 우려로 입찰을 포기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정부의 이음5G(5G특화망) 사업 참여를 통해 28㎓ 기업간거래(B2B)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반면 제4이통 사업은 통신시장 경쟁 촉진을 위해 기업소비자간거래(B2C)까지 포괄해야 하는 만큼 회사의 이해관계에 꼭들어 맞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6라운드까지 진행된 첫날 입찰가는 757억 원으로 마감했다. 입찰은 업체들이 최저 742억 원을 시작으로 직전 라운드 최고가보다 최고 3% 높은 금액을 다음 라운드에 적어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업체 입찰대리인들은 이날 오전 10시께부터 오후 5시께까지 회사와의 최소한의 연락을 제외한 모든 연결을 차단한 채 매 라운드 입찰가를 정하는 일에 매진했다. 입찰가는 라운드마다 최고 3%씩 오를 수 있으므로 이론상으로는 6라운드 동안 최고 886억 원까지 가능하지만 업체들은 입찰 경쟁을 최소화하는 선택을 했다. 이러한 추세가 이어진다면 최대 50라운드를 거쳐도 입찰가가 800억 원대에 머물 수 있다. 당초 통신업계에서는 낙찰가가 1000억 원 내외까지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남은 두 업체가 50라운드까지 장기전을 펼칠 여력이 충분하다고 볼 수 있다.
스테이지엑스와 마이모바일은 26일 7라운드부터 하루 여덟 라운드의 입찰 경쟁을 펼치게 된다. 50라운드가 끝나도 승부가 나지 않으면 다음 달 2일 더 높은 금액을 써서 내는 쪽이 이기는 밀봉입찰로 결판을 내게 된다. 양사는 이날 오전 경매장에 입장하기 전과 마찬가지로 남은 입찰에 성실히 임해 28㎓ 서비스 상용화를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윤제 스테이지엑스 전략담당 이사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준비했다”며 “경매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윤호상 마이모바일 대표는 “소중한 전파자원을 합당한 가격에 할당할 수 있도록 공정하게 임하겠다”며 “글로벌 파트너와 혁신 서비스를 만들어 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4이통사는 향후 3년 간 28㎓ 무선기지국 6000대를 구축한 후 기존 통신속도의 한계로 구현 불가능했던 B2B 서비스부터 상용화할 전망이다. 이를 바탕으로 B2C로 28㎓ 전용 단말기와 요금제를 출시하는 식으로 사업을 넓힌다. 양사는 이에 필요한 조(兆) 단위의 초기 사업비를 충당하기 위해 대형 투자사·협력사를 앞다퉈 끌어들이고 있다. 스테이지엑스는 신한투자증권을 재무적 투자자로 유치했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는 28㎓ 기술, 연세의료원과는 28㎓ 의료 서비스 개발에 협력할 계획이다. 또 폭스콘 계열사와 손잡고 28㎓ 전용 단말기 출시를, 위성통신 장비업체 인텔리안테크와 손잡고 28㎓ 통신에 유리한 위성통신망 활용을 추진한다. 마이모바일은 유럽 최대 통신사 보다폰과 손잡고 투자, 망 구축, 서비스 제공 등에 협력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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