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근 한국이 만든 큐브위성(초소형 인공위성)을 자신들의 로켓으로 달에 보내주겠다고 제안했으나, 정작 한국 정부가 예산이 없다며 거절해 최종 무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미국 등 주요국과 우주 협력을 강조하고 있지만 정작 예산 반영 등에는 미온적 태도를 보이며 실질적인 국제 협력을 확대할 좋은 기회를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26일 우주 분야 복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해 10월 말 한국을 비롯해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하는 국가들에 현재 개발 중인 '아르테미스 2호'에 각국의 큐브위성을 실어 달로 보내는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큐브위성은 초소형 위성의 한 종류로 가로·세로·높이가 모두 10㎝인 정육면체를 하나의 '유닛(U)'으로 규격화한 위성이다.
과거에는 학생 교육용으로 활용돼 왔지만, 최근에는 소형위성 성능이 좋아지며 달이나 화성 탐사에도 쓰이고 있다.
NASA는 우주비행사를 싣고 달 궤도를 도는 것을 목표로 하는 아르테미스 2호에 여분의 공간이 확보되자 협력 강화를 위해 각국 기관이나 기업에 달을 탐사할 큐브위성 탑재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약 100억원 규모 비용과 함께 큐브위성을 제작해 조달하면 이를 달에 실어 보내주겠다는 것이다.
우주 분야 한 관계자는 "큐브위성의 크기 등을 알아야 하지만, 달에 위성을 보내는 예산으로는 비싸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제안을 받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시간이 촉박해 예산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NASA에 참여가 어렵다고 답했고, 결국 참여할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예산안이 이미 국회에 제출된 상황에서 과기정통부에서 국회에 추가 예산을 제안했지만 결국 국회에서 최종 예산 반영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개발할 수 있는 곳을 찾는 등 검토를 해서 예산을 만들어야 하는데 10월 말이면 국회 상임위 심사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우선순위상 다른 것들이 많아 최종 반영이 못 된 것 같다" 설명했다.
우주 산업계에서는 정부가 우주항공청 개청과 맞물려 아르테미스 계획 참여 프로젝트 등을 구체화하겠다는 것과는 달리 이런 기회를 놓치는 등 여전히 참여 의지가 없는 것 아니냔 비판이 나온다.
우주기업 한 고위 관계자는 "앞서 20년 전 미국이 국제우주정거장을 만들 때도 한국이 예산을 이유로 참여하지 못했는데, 여기에 참여한 캐나다는 우주정거장 로봇팔 분야에서 독보적 기술을 가져 지금은 미국이 프로젝트 참여를 애원하게 됐다"며 "이번처럼 이런 기회를 계속 놓치면 미국이 지정하는 우주 분야 '티어1'(최상위) 그룹에 낄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우주 분야 육성을 강화하겠다고 했지만, 최근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서 우주 분야 기업을 지원하는 '스페이스 이노베이션' 사업 등이 대폭 삭감되는 등 현장에서는 전혀 다르게 느끼고 있단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 6개 대학 우주항공 학부 연합체인 '천문우주항공 분야 유관 학과 공동행동'의 조현서 의장(연세대 천문우주학과)은 "소통 없는 R&D 예산 삭감으로 천문 및 우주과학계 사기와 의지가 떨어진 상황에서 이런 소식은 정부에 대한 학생들의 신뢰를 더욱 저하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우주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겠다는 주장과 다르게, 현장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어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가 이번 주 해외 출장길에 오른 조성경 과기정통부 1차관이 NASA와 만나 아르테미스 참여 확대를 논의한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구체적 협력 계획은 나오지 못할 거란 비판도 나온다.
이상률 항우연 원장은 최근 과학기자단 대상 간담회에서 "아르테미스 계획 참여 논의를 시작한 게 2017년부터였지만 아직 별다른 계획이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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