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계 행동주의펀드인 플래시라이트캐피털파트너스(FCP)가 KT&G에 대한 1조 원 규모의 주주대표소송에 돌입하기 위해 관련 전문 로펌인 법무법인 한누리를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복인 KT&G 사장 등 전·현직 사장이 자사주 1085만 주를 경영권 유지에 활용하는 것을 사외이사들이 제대로 감시하지 못했다며 회사 이사회를 상대로 한 소송전에 사실상 착수한 것이다.
2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FCP는 최근 법무법인 한누리와 함께 주주대표소송을 위한 법률 검토에 들어갔다. FCP는 앞서 KT&G 감사위원회에 다음 달 10일까지 회사 이사회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라는 내용의 소 제기 청구서를 보낸 바 있다. 하지만 KT&G의 감사위가 사측과 가까운 인사들로 구성된 만큼 회사를 상대로 제대로 된 법적 싸움을 할 수 없을 것으로 보고 직접 소송에 나서기 위한 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인다.
FCP 관계자는 “경영진을 감독해야 할 이사회가 경영진과 결탁한 것”이라며 “피해액으로 보면 한국 사상 최대 규모의 화이트칼라 범죄일 것”이라고 말했다.
FCP는 KT&G가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자사주를 소각하지 않고 전·현직 사장들이 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던 여러 재단에 1085만 주를 무상 기부했다고 봤다. 이렇게 넘어간 지분은 주주총회에서 사측 의결권으로 활용돼 현직 경영진이 장악력을 키우는 데 일조한 것으로 FCP는 판단하고 있다. 또 이렇게 기부된 자사주를 최근 시가 기준으로 평가하면 회사의 손실 규모가 1조 원에 달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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