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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사들인 김동관, 해운사까지 만든다…'미래 선박 시장' 공들이는 한화 [biz-플러스]

한화, 세계 첫 친환경 해운사 설립

탈탄소 규제 강화에 선제 대응

100% 암모니아로 운항 유력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17일(현지 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사진 제공=세계경제포럼(WEF)




한화오션(042660)이 연내 해운사를 설립하고 해운업에 공식 진출한다. 전 세계 해운사 중 최초로 ‘무탄소 선대(船隊)’를 만들어 친환경 선박 시장을 선점한다는 전략이다.

28일 조선·해운 업계에 따르면 한화(000880)오션은 해운업 진출을 최종 확정하고 이르면 올 상반기 안으로 해운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신설 법인은 한화오션 자회사로 두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새로운 해운사를 설립하되 그 시기나 방식은 현재 확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앞서 한화오션은 지난해 정관을 개정하면서 사업 목적에 해운업·해상화물운송업 등을 추가한 바 있으나 해운사 설립을 공식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신규 법인 설립은 김동관 한화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 김 부회장은 최근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 연차총회 세션인 ‘세계 최초 탈화석연료 선박’ 행사에서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을 업계 최초로 제안했다. 단순히 무탄소 선박을 만드는 데서 그치지 않고 한화 자체적으로 무탄소 해운사를 운영하면서 기술력과 안정성을 직접 검증한 뒤 시장을 넓혀가겠다는 게 한화의 전략이다. 신규 해운사도 100% 암모니아로 움직이는 무탄소 추진 가스선사가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회장이 화두를 던진 무탄소 추진 가스운반선은 오로지 암모니아로 움직이는 가스선이다. 현재 발주가 시작되는 암모니아·메탄올 추진선은 10% 안팎의 선박유가 필요해 완전한 친환경 선박은 아니다. 한화는 현재 100% 암모니아로 운항하는 무탄소 추진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해상에서 탄소 규제가 갈수록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탈탄소를 위한 전방위적 협력이 필요하다”며 “선사 설립과 실증을 통한 안전성을 증명해야 대규모 친환경 선박의 발주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선박시장도 2050년 '넷제로'…암모니아 등으로 체질전환해야 생존


최근 국내 조선사들의 최대 화두는 메탄올 추진선과 같은 친환경 선박 수주 확대다. 전 세계적으로 해양 온실가스 규제가 대폭 강화되면서 기존 화석연료 추진 선박들은 사실상 생존이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선박들의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넷제로’ 계획을 지난해 발표했고 유럽연합(EU)도 올해부터 해운업을 배출권거래제 대상에 포함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한화오션이 무탄소 추진 가스선 중심의 해운사를 새로 만드는 것도 해양 탈탄소 규제가 강화되는 것과 궤를 같이한다. 지금 미리 체질을 전환하지 않으면 향후 경쟁이 어렵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는 것이다.

문제는 친환경 선박을 제대로 운영해본 해운사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실제 미래 선박으로 꼽히는 100% 암모니아 가스 운반선의 경우 아직까지는 아이디어 수준에 가깝다는 게 조선 업계의 평가다. 가격도 문제다. 암모니아 선박의 경우 상용화가 되더라도 액화천연가스(LNG) 선박보다 운송 비용이 10배 이상 더 비쌀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연료 자체의 독성과 불안정성까지 감안하면 해운 업계의 큰손들 입장에서는 친환경 선박이 눈앞에 나온다고 해도 당장 발주를 주저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화 관계자는 “보수적인 해운 시장 내 선주들은 선박 건조를 위해 막대한 자본 투자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조선소에서 아무리 좋은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선뜻 받아들이는 선사들은 극히 드물 것”이라고 했다.



한화오션의 암모니아 운반선 조감도.


한화, 자체 해운사 운영하면서 경쟁력 증명…친환경 선박 시장 선점


한화 입장에서는 일종의 베팅이다. ‘퍼스트 무버’ 전략으로 아직 열리지 않은 시장에 먼저 들어가 선점하겠다는 얘기다. 한화는 이에 따라 100% 암모니아로만 움직이는 가스선을 만들고 선대를 꾸려 전 세계에 암모니아나 메탄올을 수송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계획을 성공시켜 한화 스스로 시장을 열겠다는 포부다. 한화는 현재 100% 암모니아만으로 가동하는 가스터빈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시장은 매년 급속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당장 무탄소 추진선 전(前) 단계인 친환경 선박 발주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국내 조선소에서 발주된 800척 선박 중에서 LNG·메탄올 선박 등 친환경 선박은 566척으로 71%나 차지했다. 2022년 친환경 연료 추진 선박 발주량은 2020년 대비 228%, 2021년 대비 40% 증가하며 성장세도 빠르다. 2~3년 내에는 암모니아 추진선 발주도 시작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수주되는 LNG 추진선이나 메탄올 선박은 완전한 무탄소 추진선이 아니다. 메탄올 추진선의 경우에도 파일럿 오일이 10% 안팎 들어가 일부 탄소 배출이 있다. 25년 뒤에는 아예 선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안 되기 때문에 20~30년 운항하는 선박 특성상 무탄소 선박이 수년 내 필요한 실정이다.



특히 올해는 암모니아 해상 운송 시대가 본격 시작됐다는 평가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달 기준 초대형암모니아운반선(VLAC) 6척을 수주했다. 한화오션도 최근 VLAC 2척을 수주했다. 특히 업계에 따르면 20개 이상 선사들이 글로벌 조선소와 VLAC 발주를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가스선 선가도 오르고 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초대형가스운반선(VLGC) 신조선가는 2020년 말 7100만 달러에서 최근 1억 1155만 달러로 63% 상승했다.

특히 VLAC는 향후 수소에너지 시대에 더 큰 위력을 발휘할 가능성이 크다. 암모니아는 질소 1개와 수소 3개가 결합된 분자로 선박 구조상 암모니아를 수소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미래에 VLAC가 ‘수소 운반체’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청정에너지 수소 운반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라도 VLAC에서 기술 경쟁력을 미리 가져야 한다는 의미다.

조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래 청정에너지인 수소 운송을 위해서는 암모니아 운반선이 필요하다”며 “수소를 해상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무탄소 선박으로 해내겠다는 것이 국내 조선사들의 의지”라고 설명했다.

세계적 경쟁력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국내 조선 3사의 VLAC 수주량은 총 15척으로 지난해 세계 VLAC 수주량의 약 70%를 차지했다. VLAC 중심으로 초격차 경쟁력을 지켜내지 못하는 조선사는 앞으로 흑자를 내기 어려운 상황에 몰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한화오션 역시 과거 저가에 수주한 선박들을 인도하는 대로 고부가 선박 중심으로 체질을 바꿔간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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