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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 443조' 헝다에 청산 명령…中 부동산 구조조정 시험대

■불확실성 커진 中경제

홍콩법원 "끝내 구체 계획 마련못해"

법원 지정 청산인, 자산 매각 돌입

지배구조 복잡해 자금회수 불투명

中 본토법원 받아들일지도 미지수





홍콩 법원이 29일 중국 부동산 위기의 진원지로 꼽히는 부동산 개발 업체 헝다(에버그란데)그룹에 청산 명령을 내렸다. 이를 계기로 중국 정부의 부동산 구조조정이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일차적으로는 홍콩 법원의 판결을 중국 법원이 인정하느냐 여부가 달렸지만 금융권 전반으로 위기가 번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중국 당국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날 홍콩 고등법원은 세계에서 가장 빚이 많은 헝다를 청산해달라는 채권자의 청원을 승인했다. 법원의 결정 이후 홍콩 증시에서 헝다와 자회사 2곳의 주식거래는 중단됐다. 이번 소송은 역외 채권자 중 하나인 톱샤인글로벌이 2022년 6월 헝다에 투자한 8억 6250만 홍콩달러(약 1475억 원) 상당의 채권을 이행하지 않았다며 제기했다. 헝다는 소송 제기 이후 채권자와 당국을 설득하며 심리를 7차례나 미뤄왔지만 채권자가 수용할 만한 구조조정 계획을 내놓지 못해 결국 청산 명령을 받게 됐다.

앞서 2021년 말 헝다는 역외채권에 대한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시작으로 주택 건설 중단, 하도급 업체 공사 대금 미지급 등을 겪었다. 헝다의 총 부채는 2조 3900억 위안(약 443조 원), 달러 기준 약 3270억 달러로 세계 최대 부채를 지닌 부동산 개발 업체라는 오명을 안고 있다.



홍콩 법원은 이날 컨설팅사 알바레즈앤마르살을 청산인으로 지정했으며 청산인은 헝다의 자산을 현금화해 소송 당사자인 채권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한다. 소송 심리를 맡은 린다 찬 판사는 “심리가 1년 반 동안 이어졌지만 헝다 측이 여전히 부채를 구조조정하기 위한 구체적인 제안을 내놓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헝다는 청산 명령에 항소할 수 있지만 항소 중에도 청산 절차는 계속 진행된다.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하면 채권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 하지만 헝다그룹의 지배구조가 워낙 복잡해 역외 외국인 중심의 헝다그룹 채권자들이 돈을 돌려받을 수 있을지 여부는 불투명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헝다의 채권은 27일 현재 달러당 1.5센트에 거래됐다며 이는 투자자들이 상환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음을 나타낸다고 의미했다. 더욱이 청산 과정이 10년 이상 걸릴 수 있다고 비관적으로 내다보는 의견도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더 큰 문제는 헝다의 거의 모든 자산과 3000억 달러가 넘는 부채의 대부분이 위치한 중국 본토에서 이번 명령을 받아들일지 여부다. 이를 의식한 듯 샤오언 헝다그룹 최고경영자는 이날 법원의 결정에 대해 “정상적인 경영을 점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불복 의사를 밝혔다. FT도 한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해 “기껏해야 역외 자산을 먼저 청산한 다음 역내에 청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역외 자산이 모두 청산되지 않으면 본토 자산에 대한 청구권을 행사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장에서는 ‘질서 있는 구조조정’을 목표로 부실 부동산 기업을 대거 정리할 경우 그 여파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확대돼 올해 경제성장률 추락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중국 당국의 고민이 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부터 경제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 정부가 이번 사태를 어떻게 헤쳐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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