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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경찰·소방관부터 일반인까지…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 뜬다

[한양디지털헬스케어센터, 정부 R&D 기반 플랫폼 구축]  

국내외 산학연병과 AI·빅데이터로 기초연구·사업화 나서

군인·시민 대상 정신건강 시범관리 통해 우울증 감축 효과

올해 KT와 경찰·소방관·일반인 등 정신건강 플랫폼 구축

우울증 환자 등 활동 활성화 유도 디지털 치료제 개발 추진

김형숙 한양디지털헬스케어센터장이 지난해 7월 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제1회 세계한인과학기술인대회’에서 디지털바이오 산·학·연·관·병 클러스터 성공 모델로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양대




국군 00부대 소속 김민수(가명) 상병은 요즘 일부 부대원과의 갈등으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감을 느낀다. 무기력증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어떤 때는 슬며시 자살충동까지 느낄 정도로 심각한 편이다.

이에 부대에서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비대면 정서장애 디지털 플랫폼 기술 개발’의 일환으로 한양대 한양디지털헬스케어센터가 개발한 디지털 웰니스 서비스를 통해 ‘병영일기’를 쓰도록 했다. 우울, 스트레스, 불안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이 서비스는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용자의 감정상태를 분석해 자살·자해 위험 등을 탐지한다. 김 상병은 병영일기를 작성한 뒤 마음건강 특화 대화형 AI 챗봇인 ‘웰마인드GPT’와 마음속의 고민을 털어놓고 상담을 한다. 이 과정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서비스를 통해 상담 데이터를 학습시켜 사용자들이 보다 쉽게 접근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형숙 한양디지털헬스케어센터장(한양대 데이터사이언스학과 교수)는 “우울증, 불안감, 불면증, 스트레스, 회복 탄력성을 검사해 그 척도를 계량화해 제시한다”며 “고위험군의 경우 국방 헬프콜과 연결한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미술 치유, 음악 듣기·만들기, 명상, 우울감·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불안에 대한 이해를 돕는 웹툰, 감정·사회인지·주의력과 연관된 인지행동게임 추천이 다양하게 이뤄진다.

국방부 마음건강 서비스에 연결된 챗GPT 답변 과 고위험군에게 팝업으로 나타나는 국방헬프콜.


이 서비스는 지난해 9월부터 국군 장병 5000여 명을 대상으로 실증이 이뤄지고 있다. 김 교수가 구축한 정신건강 디지털 플랫폼은 서울대, KAIST, 고려대, 한양대 등의 행동분석학·심리학·뇌인지학 등 기초연구 교수팀과 서울대, 성균관대의 AI 교수팀,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한양대병원, 경희의료원의 정신건강의학 교수팀의 협력을 바탕으로 KT, 네이버클라우드, 비알프레임, 미니소프트 등의 기업이 참여해 완성했다.

한양디지털헬스케어센터는 2022년 서울시 청년 500명에 대한 실증을 통해 웰니스 콘텐츠를 중장기적으로 활용하면 우울감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사전검사와 사후검사를 비교했을 때 심한 정도의 우울증 집단은 74명(27.0%)에서 60명(21.9%)으로, 중간 정도의 우울증 집단도 90명(32.8%에서) 82명(29.9%)으로 감소한 것이다.

김형숙 한양디지털헬스케어센터장이 지난해 4월 미국 보스턴 매사추세츠종합병원에서 사빈 윌헬름 메사추세츠종합병원 디지털멘탈헬스센터장과 업무협약을 맺고 웃으면서 악수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양대


나아가 이 센터는 경찰·소방관을 비롯 추후 일반 대중까지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최근 KT와 업무협약(MOU)을 맺고 국내 기술을 기반으로 데이터 수집·관리·분석이 가능한 통합 플랫폼 구축, 비대면 정신건강 예방·관리를 위한 디지털 웰니스 서비스 준비에 나섰다. 연내 플랫폼 구축이 완료되면 이 센터에서 확보한 실생활 데이터와 접목해 정신건강 서비스를 고도화하며 실증에 나서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는 우울감과 불안증을 자가진단한 뒤 게임·음악 등의 맞춤형 콘텐츠로 정신건강을 관리할 수 있게 된다. 유용규 KT 전략신사업기획본부장은 “한양디지털헬스케어센터가 축적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정신건강 케어 플랫폼을 구축하면 사용자가 피부에 와닿는 성과를 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현재 한양디지털헬스케어센터는 뇌인지·심리·행동 기초연구부터 AI· UI·UX 연구자, 기업, 종합병원까지 대규모 컨소시엄을 구성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 활용하는 디지털 플랫폼을 구축했다. 플랫폼에 KT, 네이버클라우드, 쿠콘 등 대기업,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 등이 보유한 정보기술(IT)을 연결하고 빅데이터를 수집해 AI를 고도화하는 디지털 플랫폼 실증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52억 달러(약 7조원) 규모의 세계 정신건강 앱 규모는 지난해부터 매년 13.9%씩 성장해 오는 2030년에는 175억 달러(약 23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센터는 정신건강 관리 스타트업으로는 처음으로 10억달러 이상 기업 가치를 확보한 미국의 명상 앱인 캄(Calm)과도 확연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캄은 명상·수면·휴식을 위한 시청각 콘텐츠와 기업 대상 정신건강 서비스 지원에 나서고 있다. 반면 이 센터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팀의 자문에 근거해 증상 정도에 따라 추천 콘텐츠를 제공한다. 우울·불안·불면·스트레스 정도에 따라 심각의 경우 병원 상담을 안내하고 정상군부터 보통 이상까지는 각 증상에 비춰 추천 콘텐츠를 구성한다. 이를 통해 국내의 마인드카페, 마인들링, 하루명상, 무디와 같은 비대면 상담·콘텐츠 제공 서비스사는 물론 캄에 비해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선도자의 길을 걷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사용자의 정신건강 검사 데이터와 콘텐츠 활용 패턴을 분석한 뒤 우울감 등을 분류해 치료 효과가 큰 콘텐츠를 추천하는 AI 모델을 고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세계 정신건강 앱 시장 규모 성장 추이(2022년). /출처=그랜드뷰리서치


이 센터는 군인이나 소방관, 일반인의 정신건강 관리에 이어 아예 의료당국에서 허가를 받아 서비스하는 디지털 치료제도 적극 준비하고 있다. 디지털 치료제는 정서·행동 변화를 AI로 분석해 모바일이나 PC 등을 통해 앱, 게임, 가상현실(VR) 활용 등의 형태로 질병을 예방·관리·치료하는 것을 뜻한다. 현재 인허가를 받은 디지털 치료제를 보유한 국가는 미국, 한국 등 14개국이다. 미국의 페어 테라퓨틱스가 2017년 약물중독 치료제인 ‘리셋’을 세계 최초로 내놓은 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치료앱인 팔로 알토의 ‘프리스피라’, 인슐린 용량 조절을 돕는 볼런티스의 ‘인슐리아’, 소아 ADHD치료를 위한 비디오게임 SW 아킬리인터랙티브의 ‘인데버RX’, 암 관리 앱인 볼룬티스의 ‘올리나’ 등이 나왔다. 국내에서는 지난해 불면증 치료기기 앱 ‘솜즈’ 와 불면증 인지행동치료앱 ‘웰트-아이’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이 치료제들은 대체로 인지개선 효과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에 비해 한양디지털헬스케어센터는 환자의 활동을 활성화해 우울감을 감소시키는 호르몬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측면에서 접근한다. 사용자의 감성행동을 분석해 정신건강을 행동으로 코드화하는 원천기술을 오랫동안 설계해 특허를 확보했다. 인지(Cognition) 측면에서만 접근하면 거짓 답변이 나올 수도 있지만 행동(Interaction)을 보면 성격과 특성, 정신건강 이상 유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 우울증 등 행동의 변화를 초래하는 패턴을 파악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치료용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김 교수는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AI로 맞춤형 솔루션을 개발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며 “정부 R&D 예산을 투입한 국책과제 중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대표적인 성공모델로 만들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비대면 정서장애 예방 및 관리 플랫폼 기술 개발단 전체 연구자들이 작년 말 부산에 모여 워크숍을 갖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양대


이 센터는 행동 활성화 수준이 우울 수준을 결정한다는 ‘행동활성화 이론’에 근거해 상호 행동중재 게임뿐 아니라 여러 연구팀들과 협력해 강박증 치료용 인지행동 치료 앱, 우울증 치료를 위한 수용전념 치료 VR 콘텐츠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을 통해 일상 생활은 물론 뇌파·뇌영상·심전도 등 생체신호 정보와 움직임 데이터를 수집해 클라우드로 자동 전송할 수 있도록 데이터를 표준화했다. 이렇게 수집된 빅데이터를 AI로 분석해 사용자 맞춤형 서비스와 콘텐츠를 추천하게 된다. 특히 미국 보스톤의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 연구팀이나 조경현 뉴욕대(NYU) 교수팀 등 세계 일류 연구팀과도 공동연구를 통해 디지털 치료제를 가다듬고 있다. 김 교수는 “동서양 사이의 건강이슈에서 어떤 차별점이 있는지 행동·뇌활성화 측면에서 비교하고 있다”며 “학·연·병이 정부의 R&D 지원을 받고 기업은 매칭펀드를 내 정신건강 해법을 찾아 해외 디지털 웰니스 시장 진출도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해 6월 윤석열 대통령이 주재한 수출전략회의에서 부처의 7대 선도과제 중 하나로 이 센터의 성과를 발표했다.

김 교수는 “멀티모달 우울행동에 관한 국제 표준을 선점해 지구촌의 정신건강 지킴이로 나서겠다”며 “대학이 주축이 돼 기업, 병원과 함께 기초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쌓고 AI 모델을 개발해 글로벌 비즈니스를 펼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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