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에 정보기술(IT)·인공지능(AI)·홀로그램·문화예술을 창의적으로 접목했더니 할리우드 스타들이 ‘이것이 과학기술과 문화예술이 가미된 K건축이냐’며 많은 관심을 표합니다.”
뉴미디어 아티스트 겸 건축가인 이경화 작가는 30일 서울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가 결합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실험적 건축예술을 선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의 작품은 미디어아트의 선구자로 꼽히는 고(故) 백남준 작가의 실험 정신을 되살려 건축, 과학·공학기술, 가상현실·패션·미디어아트·문화예술 등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설치물에 ‘고해소’로 명명된 AI 홀로그램박스 공간을 설치하고 그 뒤에서 3D 프린팅 가면을 쓴 공연가가 몸짓을 통해 메시지를 고백하면 관객들은 마치 박스 안에서 공연이 이뤄지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된다. 공연 영상을 동시에 홀로그램박스에서 상영해 착시 현상을 낳는 것이다. 이때 이 작가가 음악가와 함께 작곡한 음악을 틀어 환상적 분위기를 고취한다. 즉석에서 관객을 공연가의 위치로 불러내 몸짓을 하게 해 공감을 끌어내기도 한다. 모니터에서는 AI 캐릭터가 안내 역할을 하며 관객의 궁금증을 풀어준다. 지난해 말 ‘2023 대한민국건축문화제’에서도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등이 이 공연을 보며 감탄사를 연발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건축물 아이디어에 철학·패션의 조화를 반영한 그의 다양한 설치미술과 공연은 세계 유명 미술관 등에도 소개됐다.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와 아트바젤 아트페어, 칸·할리우드 영화제 등에 VVIP(First choice VIP)로 초청을 받는다. 그는 “앤젤리나 졸리, 에바 롱고리아, 스티븐 연 같은 할리우드 배우들과 프로듀서, 미술품 컬렉터들의 저택 파티에 왕왕 초대를 받는다”며 “실험적 공연을 보여주면 탄성을 자아내는데 이 개념을 건축에 적용하면 창의적인 건축이 탄생할 수 있다”고 했다.
할리우드 스타들이 사는 로스앤젤레스 로스펠리스에 자택이 있는 그는 어려서 외교관인 아버지를 따라 일본에 살면서 동양과 서구 문화의 접목을 체화했다. 이후 이화여대 미대를 다니며 우리 문화의 정체성과 철학에 관심을 갖다가 미국 하버드대 건축대학원 석사과정 시절 예술과 건축·패션의 융합을 시도하며 한국 문화를 현대적으로 건축에 녹여내기 시작했다. 현재는 백남준문화재단 국제이사로서 백 작가의 실험 정신을 한류와 연결시켜 알리고 있다.
이 작가는 한류의 원조인 백 작가의 창의적 실험 정신을 재해석해 지속 가능한 한류의 원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백 작가는 TV 등의 미디어와 과학기술을 예술 작품에 통합한 20세기 현대 예술의 거장으로 꼽힌다. 이 작가는 “백 작가는 높고 낮은 것, 동양과 서양, 장르와 장르를 실험적으로 융합해 독특한 예술 정체성을 확립했다”며 “전자를 활용하는 데 원자 수준을 넘어 양자역학 차원까지 꿰뚫었고 음극과 양극의 소통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국에서도 그를 높이 평가하지만 독일에서는 거의 신의 수준으로까지 인정한다며 자신도 그를 본받아 건축과 예술을 실험적으로 융합하고 있다고 했다.
“요즘 한류의 힘을 많이 느끼는데 저도 문화 외교 차원에서 일조하려고 노력하죠. 특히 우리 미학의 정신을 녹여낸 K건축 등을 활성화하면 K팝·영화·드라마·음식 등의 한류 분야를 다양화하고 지속 가능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는 국내외 주요 기업과 도시는 물론 뉴욕·LA, 파리 등에서 건축·디자인·예술 컨설팅을 한다. 예술·과학기술과 상상력을 결합한 융합 모델을 추구한다. 이 작가는 “건축계의 경직된 분위기에서 탈피해 과학기술·문화예술·생태건축·인문학을 융합해 도시를 새롭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춘다”고 했다. 그가 부산의 혁신적인 해상도시 프로젝트(오셔닉스 부산)를 기후위기에 대응한 피난처의 개념으로 해석하고 한국의 건축미학을 넣자고 제안한 것도 이 때문이다. 유엔 해비타트, 오셔닉스 등이 참여한 이 프로젝트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 추진 과정에서 눈길을 끌었다. 이 작가는 “이를 K스마트생태융합도시로 발전시켜 해외로도 퍼져나갈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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