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봇 산업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엔젤로보틱스·케이엔알시스템 등 관련 새내기 종목들이 코스닥 상장(IPO)에 도전한다. 두 회사는 기업가치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IPO 입성시 투자자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던 지난해 두산로보틱스(454910)를 비교 대상으로 택했다. 그러면서 37배가 넘는 주가수익비율(PER)을 적용했는데, 시장의 고평가 눈초리를 극복하는 게 IPO 성공의 열쇠가 될 전망이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재활로봇 제조 기업 엔젤로보틱스와 유압 시험 장비 및 로봇 제조 기업 케이엔알시스템은 지난 29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공모 절차에 돌입했다. 엔젤로보틱스와 케이엔알시스템은 희망 가격 범위 하단 기준 각각 176억 원, 189억 원을 전액 신주 발행 형태로 모집한다. 두 기업은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 기술특례 전형을 택했다. 기술특례상장을 위해서는 한국거래소가 지정하는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자사 기술력에 대해 ‘BBB급’ 이상 등급을 받아야 하는데 두 기업 모두 그보다 한 등급 높은 ‘A급’을 받았다.
두 기업이 뛰어난 기술력에도 불구하고 투자자 설득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들이 지난해 코스피 ‘대어’였던 두산로보틱스와 동일한 유사기업(피어·Peer)그룹을 선정했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일반적으로 IPO 진행 기업은 공모가 책정 과정에서 피어그룹의 평균 PER을 자사의 PER로 활용하기 때문에 그룹 구성에 따라 고평가 논란이 일기도 한다.
앞서 두산로보틱스는 국내 기업으로 삼익THK(004380)·라온테크(232680), 해외 기업으로 화낙·야스카와전기를 피어그룹으로 뽑았다. 엔젤로보틱스와 케이엔알시스템은 삼익THK와 라온테크를 피어그룹으로 선정했고 케이엔알시스템은 서암기계공업(100660)을 추가로 포함했다. 그 결과 엔젤로보틱스의 PER은 37.37배, 케이엔알시스템의 PER은 37.63배로 계산됐다. 두산로보틱스는 38.31배의 PER을 적용했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상반기부터 온기 기준 400억 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됐고 유사시 그룹으로부터 충분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대기업 계열사라는 점에서 적자 기업임에도 고평가 논란을 극복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각각 37억 원, 81억 원의 매출을 올린 엔젤로보틱스와 케이엔알시스템과는 성장성에 대한 기대감이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파두(440110) 사태’ 이후 이익 미실현 기업에 대한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엔젤로보틱스는 2025년 지난해 추정 매출(51억 원)의 약 4배인 208억 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영업이익 18억 원)을 달성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또 2026년에는 영업이익이 106억 원으로 전년 대비 5배 가까이 늘어날 것이라 밝혔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영업이익이 올 24억 원으로 흑자 전환 후 2025년 95억 원으로 늘 것이라 예상했다.
공교롭게도 파두의 상장 주관사였던 NH투자증권(005940)이 두 기업의 상장 대표 주관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NH투자증권 입장에서는 이번 공모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는 부담이 클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 역시 실적 현실성을 포함해 증권신고서 기재 내용을 꼼꼼히 살펴볼 것으로 보인다. 엔젤로보틱스는 다음 달 22일부터 증권신고서의 효력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을 3월 6~12일로 예정했다. 금감원이 상장 일정 변경이 필요한 수준의 신고서 정정을 요청하더라도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일정을 넉넉히 잡은 것이다.
연초 과열됐던 공모주 시장이 진정세를 보이는 것도 공모 흥행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첫 IPO 종목인 우진엔텍이 상장일 300%의 수익률을 올린 반면 전날 상장한 포스뱅크는 상승률이 20.13%에 그쳤다. 공모주들의 급등락이 반복되면서 투자자들의 공모주 ‘옥석 가리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인공지능(AI)·로봇 분야가 모험자본의 유망한 투자처로 떠올랐고 이에 따라 IPO를 추진하는 기업들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국내 로봇 산업이 이익을 내는 구간에 들어서지 않은 상황에서 관련 종목들의 기업가치가 과열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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