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AA-’급의 한온시스템(018880)이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모집액의 두 배가 넘는 자금을 받아내며 ‘완판’에 성공했다. 발행 금리 부담이 큰 폭으로 높아질 것이란 관측을 뒤집으면서 증권사의 발행 주관 역량도 빛났다는 평가다.
3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온시스템은 이날 2000억어치 회사채 수요예측에서 총 525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았다. 2년 물 500억 원 모집에 1550억 원, 3년물 1500억 원 모집에 3700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앞서 한온시스템은 금리 희망 범위(밴드)로 개별 민평 금리(민간 채권 평가사들이 평가한 기업의 고유 금리)에 -60~6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금리를 제시해 2년물은 5bp, 3년물은 24bp에 모집 물량을 채웠다. 수요예측에서 넉넉한 물량을 받은 덕분에 한온시스템은 다음 달 7일 최대 4000억 원 내에서 증액 발행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당초 시장에서는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 전망을 근거로 수요예측에서 다소 높은 금리를 부담하게 될 것이라 내다봤다. 한국기업평가가 지난달 한온시스템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했고,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도 이달 동일한 결정을 내렸다. 한온시스템이 대규모 시설 투자를 집행하면서 영업활동을 통한 현금흐름에 부담이 크다는 이유다.
부정적 전망은 ‘중기적으로 등급의 하향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한온시스템의 신용등급이 한 단계 하향될 경우 ‘A+’급이 된다. ‘A+’급부터는 상위 등급에 비해 채무 상환 확실성이 떨어진다는 의미에서 비우량채라고 부른다.
전 거래일 기준 3년물 등급 민평금리는 ‘AA’급 3.978%, ‘AA-’급 4.043%, ‘A+’급 4.685%다. 우량 등급 내에서의 등급 하향보다 비우량 등급으로 등급이 하향할 경우 채권 금리가 큰 폭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하게 되는 것이다. 한온시스템이 회사채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제시되는 금리 밴드 ‘-30~30bp’보다 밴드 폭을 두 배로 늘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한온시스템의 회사채 발행 주관은 NH투자증권(005940)이 단독으로 맡았다. NH투자증권은 2016년부터 한온시스템의 회사채 단독 발행사로서 활약했다. 일반적으로 발행액이 1000억 원 이상일 때 복수의 증권사를 발행 주관사로 선임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이번 수요예측 결과에 대해 “부채자본시장(DCM)의 전통적 강자인 NH투자증권의 세일즈 역량이 발휘된 결과”라고 평가했다.
한편 이날 수요예측을 진행한 여러 기업들은 연초 회사채 시장 발행 강세 분위기에 힘입어 모두 흥행에 성공했다. 신용등급 ‘AA-’급의 호텔신라(008770)는 2000억 원 모집에 1조 7600억 원, ‘BBB’급의 두산퓨얼셀(336260)은 400억 원 모집에 2250억 원어치 주문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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